무등일보

<칼럼>지역과 함께 아이들을 키우다

입력 2019.07.22. 22:03 수정 2019.07.22. 22:03 댓글 0개
양승현 교단칼럼 월곡중학교

지난 19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청소년과 지역주민의 활동을 살리기 위해 광산구청에서 마련한 첨단예술축전이 봉산초 앞 육교에서부터 LC타워 앞 사거리까지 펼쳐졌다. 거리 퍼레이드와 다양한 체험부스, 본무대 및 곳곳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공연과 프린지 페스티벌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했고, 그래서인지 저녁 내내 내린 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비록 비 때문에 계획하고 예상했던 참여 인원보다는 적었겠지만.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광산구 소재에 있는 학교로 이번 예술축전에 여섯 개의 자율동아리가 참여했다. 세 개의 동아리는 ‘랩’, ‘플래시몹’, ‘뮤직비디오’를 준비하여 본 행사 공연 무대에 올라갔고, 가면과 업사이클링을 준비한 두 개의 동아리는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그리고 한 개의 동아리는 ‘위안부 기림 배지’를 디자인하고 제작하여 청소년 교류마당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2개월이 넘게 준비를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종이로 만든 가면과 박스로 만든 업사이클링 작품은 물에 젖어 망가지고 무거워져서 연습하고 준비한대로 퍼레이드 행진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엄청난 긴장감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무대에 올라간 친구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비가 쏟아져 관중들이 술렁거릴 수밖에 없었고,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학교에서 준비한 대로 동작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한 학생들도 있었다.

위안부 기림 배지를 제작하고 판매한 학생회 학생들은 무더위 속에서 우비를 입은 채 홍보와 판매 활동을 진행했다. 9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비좁은 텐트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요기하며, ‘이게 무슨 고생이냐’며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집에 얼른 가서 깨끗하게 씻고 편안하게 자는 게 소원이라면서도 ‘무대에 올라간 경험은 짜릿했고 오늘 일은 정말 의미 있었다’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위안부 기림 배지를 판매하여 나눔의 집에 판매 전액을 기부하기로 했던 학생회 아이들은 매출(?) 금액이 계획했던 30만원을 넘어서자 환호하며 좋아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며 격려하고 배지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가시는 어른들의 마음에 감동받기도 했다.

준비했던 것만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고, 궂은 날씨 탓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생하긴 했지만 그렇게 의미 있고 소중한 결실들을 남긴 채 그날 하루가 지났다.

그러나 그 소중한 결실보다 더 의미 있고 값진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과 이를 통한 우리 아이들의 성장이다. 행사 공모 이후 광산구 직원들과 동아리 담당 교사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과 무엇을 해보길 원하는지에 대해 듣고 이후 그것을 함께 해줄 수 있는 지역의 강사를 파견해주고 여건을 마련해줬다.

예를 들어 위안부 기림 배지를 만들어 기부하는 사회참여를 해 보고 싶어 하는 학생회 동아리에는 지역 예술가 중 디자이너를 섭외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배지 디자인을 하고 펀딩까지 기획해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렇게 6개의 동아리가 지역 예술가와 매칭이 되고, 두 달간 10회 이상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춤(플래시몹), 노래(랩), 가면행진, 업사이클링, 뮤직비디오 등으로 표현하는 활동은 교사인 내가 보기에 그 전과 그 이후가 확연히 구분되게 아이들을 성장시켰다.

중간 중간 방과 후에 남아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성실하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견뎌낸 아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통해 너무도 많이 성장하고 단단해졌다.

교사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들의 이러한 성장은 또 다른 깊이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지역이 학교와 함께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예를 총체적으로 보여준 경험이다. 학교에서 교사는 협력적이고 탐구적인 정규 수업을 통해 충실하게 학생들을 키우고, 그 외 교사의 전문성 및 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부분은 자치단체와 지역 활동가 키워주는 현장을 본 경험 말이다.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워 준 광산구 교육지원과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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