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최선을 다한 꼴찌, 여자수구팀에게 격려를

입력 2019.07.22. 17:51 수정 2019.07.22. 22:00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그들은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서로를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 우승의 감격에 겨운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출전팀 가운데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전패를 당한 맨꼴찌팀이 됐지만 진한 아쉬움과 함께 터져나온 눈물이었다.

사상 최초의 대한민국 여자 수구 대표팀. 이미 경기 전부터 예정된 꼴찌팀에게 보내는 관중들의 박수도 비난 보다는 격려와 성원의 의미가 더 컸다. 2019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은 22일 쿠바와 최하위팀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0-30(0-8 0-9 0-6 0-7)으로 패배가 확정된 후 선수들은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격려를 보내준 관중석에 인사를 하면서도 시야를 가리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수구 종목은 불모지였다. 그간 팀 자체가 없었다.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이 주어지자 대한수영연맹은 지난 5월 말 부랴부랴 대표팀을 꾸렸다. 팀 자체가 없었던 관계로 전문 선수가 있을리 만무인 상태에서 경영 선수 가운데 중학생 2명, 고교생 9명, 대학생 1명, 일반부 1명을 뽑아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급조된 팀은 훈련 시간 조차 넉넉하지 않았다. 불과 40여일 남짓의 훈련을 마친 뒤 세계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각국 대표팀과 경기장에서 맞선 대표팀에게 1승은 어불성설이었다. 다만 1골이라도 넣는게 목표였다. 조별 예선 1차전에서 강호 헝가리에 기록적인 패배(0-64)를 당했지만 러시아와의 2차전(1-30 패)에서 역사적인 첫 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첫골을 넣는데 성공한 대표팀은 이후 캐나다와의 3차전(2-22 패)에서 두 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13~16위 결정전에서 23점차로 대패했지만 세 골을 터뜨리는 기개를 보였다. 그리고 5전 전패, 대회 최하위인 16위로 회한 짙은 여정을 마무리 했다.

모든 경기 종목에는 1등, 혹은 우승만 있는게 아니다. 아름다운 꼴찌도 있다. 결과가 뻔한데도 최선을 다했던 그들이다. 불모지에서 급조된 대표팀이었지만 이번 대회의 한 부분을 빛내주기 위해 분투와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여자 수구 대표팀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할 이유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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