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간상배, 모리배 혹은 토착 왜구

입력 2019.07.21. 17:49 수정 2019.07.21. 17:49 댓글 0개

‘간상배(奸商輩)’는 간사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탐하는 장사치의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 용어는 광복 후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발의한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 간상배에 대한 특별조례안’에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해당 법령은 1947년 7월2일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당시 러치 美 군정장관이 인준을 보류하는 바람에 발효되지 못한 채 사문화되고 말았다. 남조선과도입법의원이 우리 근대 사상 최초의 대의정치기관이었음에도 제정·발의된 제 법령은 미 군정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재적 한계때문이었다.

법안에 명시된 간상배는 광복 이후 악질적으로 경제를 교란하여 국민생활을 곤란케한 자였다. 구체적으로는 ‘일제(日帝) 또는 일인(日人)의 재산을 불법으로 이용하여 모리한 자, 관헌 기타 권력을 이용해 부정모리하거나 배급물자를 부정모리하고 밀항으로 모리한 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나라를 등진 채 일제에 빌붙어 그 관료나 순사 등의 앞잡이로 나서 동족을 억압·착취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간상배 짓을 일삼았던 자들까지 포괄적으로 해당될 수 있었다.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무리들을 지칭하는 ‘모리배(謀利輩)’와 간상배를 합쳐 모리간상배라고도 한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일본 아베정권의 수출 규제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그들이 생산한 전략물자를 수입한 우리가 위험국가들로 밀반출함으로써 안보를 위협한다는걸 표면적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일제 가해 기업에 그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리는 등 그들의 반인도적·반평화적 과거사와 얽힌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명분없는 무뢰배 짓을 서슴치 않으면서 일본 내 뜻있는 이들과 국제 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철저하지 못했던 대응이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를 비아냥 대며 속 뻔한 논리로 일본을 옹호하고 두둔하는 무리가 있다. 냉철해야 할 국제 외교 관계를 민족주의와 감성에 호소해 파탄냈다면서. 그야말로 뼛속 깊이 친일(親日)에 뿌리를 둔 현대판 친일 간상배, 모리배며 토착왜구들의 뒤틀린 이적행위가 아닐 수 없다. 김영태 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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