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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수학적인 춤, 기괴해서 신선한 현대무용 '쌍쌍'

입력 2019.07.21. 10:39 댓글 0개
'쌍쌍' ⓒ국립현대무용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현대무용'은 종종 미적분을 넘어 공학수학을 대하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무엇을 좀 알겠다'고 방심하는 순간, 시련이 찾아온다. 무용의 선악과요, 춤의 낙원에서 쫓겨나는 일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이 19~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치는 신작 '쌍쌍'은 복잡다단한 동작과 은유로 똘똘 뭉친 구조 속을 유영했다.

장르를 함부로 규정짓기 힘든 난해함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감히 '매스 댄스(math dance)'로 명명해도 될 만큼, 수리적인 정교함을 지향하고 있었다. 동선과 동작이 많은 작품은 아닌데, 10여명의 무용수가 빚어내는 미세한 동작과 합무는 어딘가 모르게 퍼즐 또는 유기체 같은 구석이 있었다.

안성수(57)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스페인 무용단 ‘라 베로날’ 창립자 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37)를 초청해서 제작한 작품이다. 모라우는 무용뿐 아니라 영화·문학·음악·미술·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언어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다.

모라우가 우리나라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해 만든 첫 작품인 '쌍쌍'은 모라우의 예술세계와 우리나라의 전통적 요소들이 만난다는 예고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라 베로날의 움직임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한국적 소재인 '갓'과 '부채'에서 착안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코바' ⓒOriol Miralles

다양한 요소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나들면서 머릿속에서 구획된 장르의 벽은 속절 없이 무너졌다. 작품명 '쌍쌍'은 스페인어가 아닌 한국어다. 모라우는 '쌍'이라는 단순한 단어가 반복돼 쉽게 느껴졌단다. 동시에 '쌍'의 뜻 자체가 쌍둥이나 커플, 즉 복제의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작품 막바지에 거울이 등장하는데, 원형을 복제하지만 원형이 아닌 은유로 가득한 이 상징물은 비인간적으로 낯설었다. 하지만 각종 동작과 이미지, 그리고 스산한 청각적 자극들이 서로를 투영하고 반영해서 빚어내는 기괴함이 신선했다. 각자 새롭다고 몸부림치지만 결국 대동소이한 무용 작품들 속에서 차별의 정경이 거울 안에서 펼쳐졌다.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의 원을 활용한 미니멀한 무대가 꽉 찼다.

'쌍쌍'에 앞서 모라우의 안무 스타일이 집약된 10분가량의 '코바'를 선보였다. 무릎과 골반은 물론 발목과 팔꿈치 등 두 무용수의 온몸 관절이 빚어내는 움직임은 아찔할 정도로, 역동적이면서 부드러웠다. 무용계의 초절기교라 할 만했다. 그럼에도 이런 검증된 복제를 택하기보다, 자기 스타일의 진화를 위해 분주한 모라우는 자신의 '춤의 낙원'에서 살아가는 안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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