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역사는 승자들만 쓰지 않는다

입력 2019.07.18. 15:16 수정 2019.07.18. 17:51 댓글 0개
한경국의 무등의 시각 무등일보 문화체육부 차장

최근 광주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많은 시선이 집중 돼 있다. 오랜만에 광주에서 열린 국제대회 덕분에 파릇파릇한 학생을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나이 많은 어르신도 경기장으로 모여든다.

다른 대회와 조금 차이가 있다면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앞서 열린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나 ‘2002한일월드컵’ 등은 승패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때문에 응원하는 목소리도 승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 광주 수영대회는 다르다. 방문객들은 한국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선수들이 패스를 성공하기만 해도, 조금 난이도가 높은 동작을 선보이기만 해도, 환호성은 경기장 내에 크게 울려 퍼진다. 수영 불모지인 한국에서 금메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과욕임을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량이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도 팬들은 크게 응원하고 기뻐해준다.

수구만 해도 그랬다. 여자수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6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부 조별리그 2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첫 골을 넣었다. 한국 팀은 이날 경기에 1-30으로 졌지만 환호했다.

한국 여자수구 국제대회 사상 첫 골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4분을 남겨 놓고 성공 시킨 골이라 감격은 배가 됐다. 승자는 러시아였지만 한국 역시 승리한 것처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골은 1차전 헝가리에게 0-64로 패배한 뒤에 터진 골이다. 2차전까지 포함한다면 무려 94골을 먹었다. 그럼에도 한 골에 감사했다.

이런 경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 속에서 묘한 감정이 생겨난다. ‘스포츠란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

선수들이 승리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는 점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전쟁사를 보면 일부 나라들이 약소국을 정복 후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꿨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은 누군가에게 침략자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영웅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여기에 스포츠 경기도 승자만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에 한몫 했다. 스포츠 대부분의 기사와 관심은 승자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내가 스포츠 선수라도 승리만을 위해 싸우게 될 것 같다.

승부의 끝에는 승자와 패자로 갈리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즐거움이 돼서는 안 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성장에 목표를 뒀으면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팬들의 시선에 달려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고, 다음 경기를 기대해 보겠다고, 박수를 쳐줘야 한다.

막연한 비난이 아닌 격려 속에 스포츠 정신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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