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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리편도, 일본편도 아닌 새로운 시선···영화 '주전장'
입력 2019.07.17. 06:07 댓글 0개【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관한 한·일 간의 깊은 갈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다큐멘터리다. '주전장(主戰場)'의 감독인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는 자신의 뿌리라고 해서 일본에 치우치지도, 그렇다고 한국을 대변하지도 않는 제3자의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다.
27명을 인터뷰, 주장-재반박 형식으로 양측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양측은 각자의 입장에서 인터뷰에 응했을 뿐인데, 관객은 서로 토론하는 듯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관객으로 하여금 중립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어느 쪽의 주장이 더 합당한지를 결론 내릴 수 있도록 이끈다.
한국의 관객으로서 극을 보는 중간에 '이 감독이 지금 누구의 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우리 편이 아니었나. 저 쪽 편인가'하는 의심을 품게 하는 지점도 존재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데자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 모두, 각 나라의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얼마나 편협하게 다루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 이런 보도가 양국의 적대감을 어떻게 양산했는지도 깨닫길 바란다. 이 영화를 계기로 양국이 서로에 대한 증오심에서 벗어나 위안부나 다른 역사 문제에 대해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란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이미 지난 4월 개봉했다. 역사교육 부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사전지식이 없는 일본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이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추천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규모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갔다. 영화를 본 현지 관객들은 '현재의 일본을 담아낸 중요한 영화', '극우세력을 향한 강렬한 경고', '역사를 속이고 있는 정권에 새로움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극우세력은 데자키 감독에게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극에 나오는 일본 극우세력 3인은 5월30일 도쿄에서 상영 중지 기자회견을 개최해 '초상권 침해를 당했다', '편집이 중립적이 않고 발언이 잘려 공정한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데자키 감독은 "영화의 상영 가능성은 출연자들에게 인지시켰고, 영화 공개 승낙서도 작성했다"고 맞섰다. 그만큼 다큐멘터리 '주전장'은 그들에게 위협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물론 극으로서 볼 때는 기승전결없이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기에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문제를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건조하게 다루려는 태도, 위안부 피해자들을 수치스러운 존재로 봤던 이전의 한국 분위기에 대한 비판, 아베 정권의 실체, 위안부 이슈를 대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며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인데, 아이들을 위한 학습 자료로 삼기에도 적격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과 세심한 관심이 깃들어 있다.
영화는 최대한 제3자의 입장에게 감정을 배제한 채 객관적으로 사안을 다뤘지만, 데자키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모습으로 장식된다. 영화의 시작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바로 다음날, 외교부 관계자에게 당사자인 자신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협상을 맺었다는 김복동 할머니의 질타 섞인 울부짖음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해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김학순 할머니의 생존 영상이 등장한다. 위안부 당시를 회상하면서 "스물두살이 제일 많은 나이였다. 군인들이 달라들면 당하면서도 얼마나···그때 생각을 안 해야지"라며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친다.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하고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할머니다. 그녀의 증언 이후 국내 할머니들은 물론 필리핀,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세계 위안부의 날'은 그 첫 증언을 기리고자 8월14일로 지정됐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지점은 미키 데자키 감독이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재단하고, 아베 정부의 실체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젠가 그분들과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저항적 민족주의를 잠시 내려둔 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숙고할 수 있도록 돕는 영화 '주전장'은 25일 개봉한다.
nam_j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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