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뒷담화

입력 2019.07.16. 18:22 수정 2019.07.16. 18:22 댓글 0개

뒷담화는 통상 뒤에서 하는 험담을 말한다. 직접 하기도 하고, 대상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이다.

사실 재밌다. 때론 속이 후련해지기도 한다. 맞장구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일쑤다. 뒷담화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다만 당사자에게 알려지기 전까지 그렇다. 알려지고 난 뒤의 불편함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뒷담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최근 대럭 미국 주재 영국 대사의 뒷담화는 압권이다. 자국에 보낸 보고메모에서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대상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백악관은 전례없이 망가졌다. 우리는 이 행정부가 더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더 능력있고, 더 예측가능하며, 외교적으로 더 능숙하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은 산산조각나고 불에 탈 것이다. 불명예 퇴진이 예상된다.” 지난달 초 보고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서툴고 무능한 사람이다”고도 했다.

모르면야 괜찮지만 알고 나면 속 좋을리 없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겠다.” 참, 억누르고 억누른 흔적이 역력하다. 불똥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도 튀었다. “엉망진창이다.” 누가 감히 미국의 대통령을 두고 뒷담화했을 거라 생각했겠나. 충분히 자존심 상할 법 하다. 뒷담화 헤프닝 치고는 역대급 아닐까 싶다. 대럭 대사가 사임했지만 이 헤프닝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이 다르고 내용의 경중만 다를 뿐 뒷담화 헤프닝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뒷담화 내용들이 대개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맞장구를 치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물론 조미료처럼 약간의 각색과 부풀림이 가미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다. 그래서 뒷담화다. 생각해보면 뒷담화 대상이 됐다고 해서 꼭 기분나빠할 일도 아니다. 쳐다봐지는 위치에 있다는 반증 아닌가. 모두가 화를 내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먼저 돌아볼 줄도 안다. 인격의 문제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 수년전 모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뒷담화는 뒷담화일 뿐이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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