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게임중독’ 예방할 수 있다

입력 2019.07.16. 17:44 수정 2019.07.16. 17:44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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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시 가해자인 조승희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조명되며 우리 국민은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가 게임중독 상태였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철저히 소외되고 단절된 외톨이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우리는 주변에서 찾기 힘든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최소한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그와 엄연히 다르다고 합리화하면서 안도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당면한 현실 또한 조승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언론매체를 통해 게임에 중독된 20대 아들이 게임을 그만하라고 요구하는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사건, 20대 부모가 신생아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 등 게임중독과 관련된 강력 사건들을 접하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와 아이들이 미국과는 총기 소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를 뿐 얼핏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올해 5월 제 11차 WHO에서 게임 중독을 정신과적 질환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게임 중독은 2022년부터 공식적인 정신과적 질병으로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영역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WHO의 발표가 불합리하기만 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게임 중독으로 촉발된 강력 사건을 하루가 멀다하고 접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걱정에 휩싸인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는 최소한 조절할 수 있다, 혹은 현실과 게임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독인다.

폭력적인 영상물을 시청한 아이들이 갈등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을 통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도 학습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연구 중 ‘보보인형 실험’은 꽤 유명하다. 아동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A집단의 아동에게는 인형을 공격하며 노는 모습을 보여줬고, B집단의 아동에게는 공격적이지 않은 놀이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두 집단의 아동에게 놀이감을 제시한 후 자율적으로 놀도록 한 결과, 공격적인 놀이를 하는 모델을 지켜본 A집단의 공격 행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단지 보기만 했을 뿐인데도 아동의 공격 행동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차후 영상물의 자극성과 폭력성에 따라 시청 가능 연령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의 폭력성, 공격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물뿐이겠는가? 사실 현실과 환상의 세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힘든 아동, 청소년에게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들고 해당 캐릭터가 자신을 대신해 다른 캐릭터를 잔인하게 공격하도록 하는 게임 속 세상은, 대리학습을 통해 폭력성과 공격성을 배울 가능성 이상의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게임 문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청소년들의 하위문화로 조성된 게임 문화를 없앨 수 없을 바에야 어른들이 건전한 게임 문화를 육성하는데 앞장서자는 면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에 앞서 아이들이 연령에 맞는 게임을 하는지 점검하고, 적절하게 안내하며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정신세계를 해치는 게임을 계속하도록 방치할 것인지, 학업이나 또래 관계 문제 등 다양한 스트레스들을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로서 게임을 활용하도록 할 것인지 이를 결정하는 열쇠는 바로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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