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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가 인종차별? 민주당 신예들, 싫으면 떠나라"

입력 2019.07.16. 09:46 댓글 0개
일한 오마 겨냥 "실패한 정부·나라 출신…행복하지 않아"
인종차별 대상 유색인 의원들에 "사과하라" 적반하장
"원한다면 떠나서 돌아오지 말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연례전시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9.07.16.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보 성향 민주당 유색인종 신예의원들을 겨냥, 미국을 떠나라는 취지의 인종차별성 비난을 이틀 연속 내놨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산 제품 연례전시회에서 전날 자신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과 관련해 "나는 (상대방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당신이 이곳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면 된다"고 발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가진 나라에서 온 '진보적인'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들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며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 (정부 시스템을) 고치는 걸 돕는 게 어떤가"라고 발언했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유색인종 신예 의원들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일한 오마, 라시다 틀라입, 아이아나 프레슬리 하원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들 중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 의원을 제외한 3인은 미국 태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글쎄, 그들은 매우 행복하지 않다"며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불평뿐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그들이 떠나길 원한다면 떠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미국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만약 당신이 매번 불평을 한다면 떠날 수 있다"며 "원한다면 떠나서 돌아오지 말라. 괜찮다"고 했다. 그들이 현재 미국 시민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며 "그들은 (미국의)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오마 의원의 이름을 거론, "그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그가 알카에다에 대해 했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마 의원이 지난 3월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행사에서 9·11테러에 대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했다(some people did something)"라고 표현해 비난을 샀던 점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을 들추며 "그 유명한 '누군가(some people)'를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증오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또 "정치가는 누군가가 알카에다가 얼마나 멋진지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의 주장을 분간해내야 한다"며 "그가 오마"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오마 의원 출신지인 소말리아를 거론, "실패한 정부, 실패한 나라"라며 "소말리아를 떠나 여기로 온 누군가, 현재는 하원의원인 누군가는 현재 행복하지 않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끔찍한 말을 한다. 이스라엘을 증오하고, 유대인을 증오한다"고 몰아세웠다.

【워싱턴=AP/뉴시스】소말리아 난민 출신 일한 오마 미 하원의원(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왼쪽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 인종차별 공격을 받은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 오른쪽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이다. 2019.07.16.

한편 그는 자신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판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 대해서도 "펠로시 의장은 '미국을 다시 흰색으로(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말했다. 이는 아주 인종차별적이다. 매우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며 "그가 그렇게 말한 것에 매우 놀랐다"고 몰아갔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 발언은 유색인종 민주당 신예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라는 발언에 대해 "국가를 분열시키는 외국인 혐오 발언"으로 규정,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미국을 다시 흰색으로'였다는 취지로 해당 발언을 내놨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서도 트위터를 통해 "급진 좌파 여성 하원의원들은 언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인, 그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향한 천박한 언어와 끔찍한 말들에 대해 사과하려고 하느냐"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그들의 끔찍하고 역겨운 행동에 화가 나 있다"고 오히려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만일 민주당원들이 매우 인기가 없고 대표성이 없는 여성 하원의원들의 입과 행동에서 분출된 천박한 언어와 인종차별적 증오 속에서 단결하고 싶다면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 들게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인종차별 발언을 두고 인종적, 사회적 분열을 이용하기 위해 고안된 선거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백인 민족주의를 자극해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두고 실제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반발한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대다수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인을 언급한 것은 미국 각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유대계 미국인 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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