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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의 ㅥㆀ은 ㄲㄸㅃㅉㅆㆅ처럼 긴소리

입력 2019.07.16. 06:01 댓글 0개
박대종의 ‘문화소통’
<사진> 훈민정음에서 청성(淸聲)과 탁성(濁聲)의 의미. <예기·악기·정의>에서는 12율관 중 황종에서 중려까지의 긴 것을 ‘濁(탁)’, 유빈에서 응종까지의 짧은 것을 ‘淸(청)’이라 함.

【서울=뉴시스】 지금 24자 체계의 ‘한글’에선 ㄲㄸㅃㅆㅉ은 된소리로 사용되지만, 1446년 28자 체계의 ‘훈민정음’에서 ㄲㄸㅃㅉㅆㆅ은 긴소리였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선 <사진>에서처럼 중국 전통 성운학의 용어를 써서 ㄱㄷㅂㅈㅅㆆ은 ‘전청’, ㄲㄸㅃㅉㅆㆅ은 ‘전탁’이라 칭했다.

현재 중국의 상황을 말하자면, 만주족의 청나라 이후 전탁 소리가 완전히 전청으로 변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전청과 전탁의 차이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서구 언어학을 빌어 “전탁은 로마자 g d b 같은 유성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해례본을 통해 중국어에서 잊혀진 전통 탁성의 실체가 뭔지 알게 되면 매우 놀랄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 4장에서는, 2009. 8. 25일자 뉴시스 ‘ㄲ·ㄸ·ㅆ 등 된소리, 훈민정음 오역’ 및 2019. 7. 9일자 ‘훈민정음의 흑역사···된소리(ㅺ)와 긴소리(ㄲ)’ 편 등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청 소리를 천천히 길게 끌면 전탁이 된다(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라고 천명했다. 따라서 전청 ㄱㄷㅂㅈㅅㆆ은 빠르고 짧은 소리며 전탁 ㄲㄸㅃㅉㅆㆅ은 느리고 긴 소리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는 ㄲㄸ처럼 같은 자음을 병서한 훈민정음 해례본 내 ‘괴ㆀㅕ’의 ‘ㆀ’과 훈민정음 언해본 내 ‘ㅥ•니라’의 ‘ㅥ’ 또한 긴소리임을 알 수 있다.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ㄴ과 ㅇ은 유성음이고, ㅥ과 ㆀ은 그 유성음의 장자음이다. 장음엔 장모음 외에 장자음도 있다.

본래 중국 전통 성운학에서 ‘청’과 ‘탁’은 선진(先秦) 시기 음악 용어에서 빌려 쓴 말이었다. ‘예기·악기’에는 ‘倡和清濁(창화청탁)’이란 말이 나온다. 당나라의 학자 공영달(574~648)은 ‘예기·악기·정의’에서 “黃鐘至仲呂為濁, 長者濁也。蕤賓至應鐘為清, 短者清也(황종부터 중려까지는 탁음이 되는데 긴 것이 탁음이다. 유빈부터 응종까지는 청음이 되는데 짧은 것이 청음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설명에서의 長(길 장)과 短(짧을 단)은 원통형 대나무 율관의 길이를 나타낸다. 관이 길면 소리 파장이 길고 관이 짧으면 파장도 짧아진다. 때문에 긴 관은 낮은 소리를 내고 짧은 관은 높은 소리를 낸다. 그리고 소리의 파장이 길어질수록 소리의 속도는 더 느려지고, 파장이 짧아질수록 소리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관이 길어 파장이 길면 낮고 느린 소리를, 관이 짧아 파장이 짧으면 높고 빠른 소리를 내는 것은 관악기의 규율이다.

<사진>에서 보듯, KBS1에서 그래픽한 동양의 전통 악기 12율관(본래는 서로 붙어있음)은 서양의 팬플루트와 유사한 관악기이다. 그것은 가장 길어서 가장 낮고 느린 황종 소리를 내는 황종율관부터 가장 짧아서 가장 높고 빠른 응종 소리를 내는 응종율관까지 총 12개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6개의 긴 관, 즉 황종부터 중려까지는 탁음, 나머지 6개의 짧은 관인 유빈부터 응종까지는 청음이 된다.

이처럼 음악에서 탁음은 낮고 느린 소리이고 청음은 높고 빠른 소리다. 이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전해져온 민요 ‘긴 육자배기’와 ‘자진 육자배기’, ‘긴 농부가’와 ‘자진 농부가’, ‘긴아리’와 ‘자진아리’ 등의 명칭은 주목할 만하다. 민요 명칭에서 ‘긴’은 ‘느린’을, ‘잦은(여러 차례로 거듭되는 간격이 매우 짧은)’과 동의어인 ‘자진’은 ‘빠른’을 뜻한다.

해례본의 “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는 증명한다. 음악 용어인 ‘청’과 ‘탁’은 성운학에 유입되어선, 평상거입의 4성이 음의 높낮이를 전문적으로 나타내는 관계로 ‘높고 낮음’의 뜻은 4성에 위임하고, 청성은 ‘빠른=짧은 소리’, 탁성은 ‘느린=긴 소리’를 뜻하게 되었음을. 훈민정음에서 ㄲㄸ은 절묘하게도 시각적으로 ㄱㄷ보다 두 배 더 긴소리를 나타낸다. 그처럼 ㅥ과 ㆀ 또한 ‘긴소리’임을 이해한다면, 현대한국어에서 ‘눈(目)’에 비해 장음인 ‘눈(雪)’은 보다 명료한 소통을 위해 ㅥ을 되살려 써도 좋을 것이다. 한 눈에 장단음이 구별되니까.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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