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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살린다고 하나…시중은행, 충당금 부담에 '고심'

입력 2017.03.22. 13:24 댓글 0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로 시중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출자전환 등의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은행들은 개별평가를 통해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 등급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2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농협·신한·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조6592억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이 8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7144억원, 국민은행 5129억원 순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098억원, 233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달 현재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50% 이상이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의 적립률은 10~15%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여신과 관련, 신규 자금 지원은 못한다는 조건으로 출자전환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은 부채(대출금)를 지분(주식)으로 바꾸는 방식이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타낼 가능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출자전환 비율은 80%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은행들이 정부의 지원 방식과 별개로 충당금 적립 방법 등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요주의인 등급을 한 단계만 낮춰도 대우조선의 여신은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고정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5대 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익스포져가 가장 많을뿐 아니라 충당금 적립률도 5%에 그치기 때문이다. 농협은 여신의 대다수가 대출금이 아닌 선수금환급보증(RG)이어서 요주의 충당금 비율인 7%보다는 적게 쌓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위험노출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상당하고 충당금 적립률도 10% 안팎이어서 현재 쌓아 놓은 규모만큼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출자전환에 들어가면 대출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지원 방안을 내놓더라도 대우조선 여신에 대한 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충당금이 많아지면 순익도 줄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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