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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의 마지막 인터뷰 “이제 여름 여행 갈 수 있겠다” 

입력 2019.07.13. 16:31 댓글 0개

[OSEN=광주, 이선호 기자] “이제 여름 여행 갈 수 있겠다”.

KIA타이거즈 베테랑 이범호(38)가 13일 한화이글스와의 은퇴경기를 앞두고 소회를 밝혔다. 이미 은퇴를 예고하고 선수단에 합류해 2000경기를 치렀다. 구단 프런트 직원들은 경기전부터 은퇴 행사로 분주했다. 직원들과 코치 및 선수들은 배번 25번의 유니폼을 하나 둘씩 입었다. 관중들도 밀려들기 시작해 만원을 예고했다. 

이범호는 3루수(7번타자)로 선발출전을 앞두고 타격과 수비 훈련을 했다. 식전행사를 앞두고 취재진을 상대로 마지막 인터뷰를 가졌다.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여름 여행을 갈 수 있겠다”는 말도 했다.  이하는 마지막 인터뷰 일문일답. 

-드디어 은퇴하는 날이 왔다. 

▲할 것 다했다. 이루고 싶은 것, 목표했던 것, 프로야구 선수로써 다 이룬 것 같다.  은퇴 날이 되니까 기쁘면서도 후배들을 떠나고, 팬들을 떠나고, 자립해서 혼자 열심히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에 쓸쓸하다. 이게 현실이니 준비하고 적응하겠다. 새로운 길을 가는, 후배들을 도와주는 좋은 지도자,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열흘동안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경기를 나가는 것은 예전에는 당연했다. 하루 이틀 쉬고 싶은 생각도 했다. 은퇴하면서 그때 더 뛰었어야 하는데 생각든다. 후배들과 뒹굴고, 코치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열흘동안 재미있게 생활하고 많이 느꼈다. 반겨주고 안아주는 마음에 따뜻함을 가지도 떠날 수 있게 됐다. 

-오늘 선발출전하는데 330홈런 채우고 싶은가.

▲오늘로 마지막 경기이다. 통산  2001경기로 마무리 한다. 3루수비로 나간다. (박)찬호에게는  5회까지 쉬라고 했다. 감독님께 '안타를 치면 빼주고 홈런치면 더 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상대투수 용병(워윅 서폴드)이 나를 잘 모른다. 잘 노려서 쳐보겠다. 

-배번 25번을 박찬호에게 물려주는데. 

▲주전 3루수는 박찬호라고 생각한다. 나간다면 3루수에게 주는 것이 가장 맞다고 생각했다. 찬호가 고맙게도 남은 시즌 내 유니폼을 입고 뛰어주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좋아하는 후배에게 줄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다. 구단과 상의도 하고, 찬호와도 이야기를 했다. 서로 잘맞췄고 찬호도 '좋은 번호여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구단도 좋은 선수에게 주고가도록 말씀을 하셨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 결정이 잘 됐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은 하는가. 

▲내일 서울로 올라간다. 방송이 잡혀 있다. 1주일은 바쁠 것 같다. 1주일 이후 쉬겠다. 그동안 여름에 여행을 가고 싶었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절대 갈 수 없었다. 이제는 여름 여행을 가고 싶다. 9월에는 일본으로 넘어간다. 7~8월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겠다.

 -일본야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내 프로야구 선수는 일본진출 전과 후로 나누었다. 일본선수들이 갖고 있는 열정을 배우고 싶었다. 그 열정을 가지고 선수생활을 했다. 이제는 밖에서 일본야구를 보고 배우고 싶어 연수를 간다. (당시 동료들 가운데) 가와사키에게만 은퇴소식 전했다. 영상도 보내주었다. 빨리 일본으로 넘어오라고 했다. 방망이 치는 것도 보고 막걸리도 마시자고 했다. 

-떠나면 동기 김주찬이 남는데.

▲주찬이가 가장 쓸쓸할 것 같다.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다. 밖에서 보자 밥 먹자고 말하는 선수가 아니다. 외로울 것이다. 젊은 코치분들이 잘 챙겨주었으면 좋겠다. 2군에 있는 지완이에게는 개인적으로 통화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걱정을 했는데 관중들이 가득 채울 수 있어 다행이다. 짧은 타이거즈 생활을 했는데 과분한 사랑을 주셨다. 너무 감사드린다. 그래도 아직 실감 안난다. 끝나고 불꺼지면 떨 것 같다.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해야하는 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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