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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엄포에도 미지근···규제가 기회?

입력 2019.07.11. 06:00 댓글 0개
공인중개 현장 "거래 주춤했지만, 호가 낮추는 분위기 아냐"
수요자 "거래 주저하다 계약 불발…연초와 시장 분위기 달라"
정부 잇딴 규제에도 '강남 아파트=안전자산' 학습효과 커져
"정부 규제 일변가 시장 불신 자초…부작용 고려해 정책 펴야"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아파트 매매 거래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가격 올려버렸어요."

"부동산에 가격조정해달라고 전화했다가, 이미 다른 사람이랑 계약했다는 말만 몇 번 들었어요."

정부가 강남3구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열기가 달아 오르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오히려 "공급 부족으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기대한 정책효과에서 엇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결정이 시장을 시장은 다르게 해석하는 '정보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 일변도의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시장의 불신을 자초한 탓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서울 강남3구 부동산 중개현장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부활 가능성 언급 이후에도 분위기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의 경우 "아직까지는 시장의 큰 반응이 없다.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 신천동 B공인중개사도 "거래가 주춤하긴 했지만, 호가를 내리려는 분까지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규제의 약발이 아직까지는 시장에 듣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값의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주변 신축과 강남권 일부 지역으로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잇딴 거래 불발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던 C씨는 계약서를 쓰기 직전 집주인이 집값을 올려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성남 분당에서도 계약을 주저하다 매물을 놓쳤다는 사연이 올라와 연초와 다른 시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재건축 시장의 경우 지난해 9월 수준의 가격까지 오름폭이 커지자 보합 내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인근에 있는 신축이나 일반 아파트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렵다고는 해도 서울 집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가 집값 상승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의 '3기 신도시' 발표다.

정부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해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해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투자자의 경우 수도권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강남 아파트가 신도시 공급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인식으로 매수세에 나섰다"면서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줄어들 것을 기대하면서 강남을 공급과잉의 안전지대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경우도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에 투자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악재성 경고였지만, 일부는 강남권 주택 공급 부족을 전망해 호재로 받아들였다. 이는 결국 지난해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통개발 발언과 예상보다 규제 효과가 약했던 종부세 개편안과 맞물려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불러오면서 시장 상승에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 언급도 이 같은 정보 왜곡의 사례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가치가 아닌 거래 단위를 낮추는 것에 불과하다. 예컨데 단지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효과다.

문제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화폐 개혁이 부동산 시장의 호재로 제시됐다. 화폐 단위가 낮아지는 것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처럼 여겨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부풀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한국은행에서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결과적으로는 강남 집값 매수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은 정부 정책 불신이 큰 탓이다.

박 위원은 "화폐개혁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다"면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바라는 집단적 기대심리와 만나 악재를 호재를 바꾸는 굴절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나중에 규제가 완화되면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급부족 등 시장 논리를 무시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부작용을 고려해 규제 적용을 최소한, 최단기간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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