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출근길 차는 밀리고

입력 2019.07.08. 18:22 수정 2019.07.08. 18:22 댓글 0개
김현주 교단칼럼 광주인성고 교사

아침 출근길에 차가 평소보다 많이 밀리고 있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차량의 긴 행렬을 보며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그 행렬에 끼어 조금씩 전진하면서 마침내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1차선에 들어섰다. 그때였다. 분명 저만치 사거리에선 직진과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들어 왔는데 도로 중간을 가로지르는 횡단 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차량이 밀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신호기 조작에 무슨 문제가 있어 보였다. 빨간불과 초록불이 충돌하는 그 거리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엊그제 7월 4일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있던 날이다. 이날 남과 북이 만나 민족 자주, 평화, 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원칙을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47년이 흘러 지난주엔 남북미 정상들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긴 회담 시간이 이어졌고 회담은 대화의 파트너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끝났다. 남북 관계의 부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통일에 대한 바람은 언제고 불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그래서 남북 정상이 만나던 작년 4월의 판문점이 그렇듯, 올해의 6월 끝자락에서 다시 가슴이 설레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6·15공동 선언이 발표되던 2000년 서울에서 열린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공연 마지막 ‘다시 만나요’를 부르던 어린 목소리가 객석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올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공연이 끝나자 출입구가 아닌 무대를 향해 나아가 예술단의 손을 잡아 보려 하던 관객들의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게 함께 ‘다시 만나요’를 부르며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향한 발걸음 앞에는 초록불이 밝게 켜져 있었다.

6·15에서 10·4 남북 공동 선언에 이르는 시기 남과 북의 교류는 경제, 문화, 군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 시기 마을마다 6월에서 8월이면 열리던 통일 한마당은 다양한 문화 행사와 통일 바람이 결합하면서 곧 통일이 다가 올 것만 같은 낙관을 심어주곤 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단으로 2019년을 맞이하였고 보내고 있다. 저만치 초록불은 들어 왔는데 출발할 수 없는 빨간불 앞에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빨간불은 바뀔 것이고 우리는 초록불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은 분단의 시간이 70년이 넘는다. 5천년을 함께 살아 왔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하지만 5천년의 시간은 관념화 되고 추상화되기 십상이고 지난 70년은 경험 속에 구체화된 시간이다.

70년의 분단 시기 우리는 후대에게 통일을 어떻게 이야기해왔고 교육해왔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간혹 보이는 혐북과 북맹의 모습은 우리 앞에 켜져 있는 빨간불이다. 그 빨간불은 우리 세대가 켜 놓았고 아이들을 그 정지선에 세워둔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

누구는 통일에서 분단 비용과 통일 비용, 그리고 통일이 가져올 경제적 이득과 일자리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구는 북을 경제 개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또 누구는 부산 목포에서 출발하여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상상한다. 저마다 생각하는 통일이야 다를 수 있지만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은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평화가 그렇고 통일이 그렇다. 평화를 위해 종전 선언도 필요하고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고 교류와 협력도 더욱 활성화해야겠지만 더 필요한 것은 남과 북 서로에 대한 이해고 그 사회에 대한 이해고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다.

교육 활동에서 실패할 때는 대개 기다림에서 실패할 때인 것 같다. 그래서 교육은 기다림의 미학 어디쯤에 있는 활동인 것 같다. 통일도 그렇다. 이해가 없는 기다림은 없기 때문이다. 1988년 6월 당시 대학생이던 김중기 씨가 한라산에서 퍼온 흙을 들고 북쪽 청년학생을 만나러 연세대 정문을 나서다 공권력에 막혀 눈물을 흘리던 통일은 비장하다. 그런 비장함이 있어 오늘 우리의 통일은 밝고 희망이 있음을 잊지 않으며, 이 불편하고 부조화스러운 신호등 앞에서 다시 기다림으로 희망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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