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주민 모두 함께 만드는 범죄 우려 없는 안전한 마을

입력 2019.07.08. 17:31 수정 2019.07.08. 17:31 댓글 0개
광주·전남형 도시재생 뉴딜 구도심 미래로 만들자
3. 나주 영강동
기차역 폐쇄·영산강 하구언 건설
사람 발길 끊기고 주민들은 떠나
범죄 우려…마을 쇠퇴 가속화
골목골목 녹지 공간 등 경관 개선
집수리사업단 육성해 빈집 손질도
옛 영산포역 자리에 세워진 철도공원.

지난달 24일 찾은 나주 영강동은 한적했다. 구 영산포역을 공원화한 철도공원이 마을이 있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기만 했다.

공원 앞 골목은 겨우 성인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골목을 사이로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해가 들어오지 못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고 어두웠다. 대낮이지만 ‘누군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혼자서는 골목을 지나갈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강진에서, 해남에서, 진도에서 자신이 키운 농작물을 이고 진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갔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배와 기차가 드나드는 교통의 요충지로 쌀 도매상이 많이 살았던 마을, 최근까지도 5일장이 설 정도로 사람의 이동이 많았던 마을의 모습은 골목 사이사이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영강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2017년 도시재생 사업인 뉴딜사업에 선정돼 올 하반기, 주요 사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2020년이면 안전한 마을, 함께 하는 마을로 변모한다.

지난달 24일 찾은 나주 영강동의 한 골목. 비좁고 어두워 대낮인데도 혼자서는 지나가기가 꺼려졌다.

◆나주 영강동은 어떤 곳

나주 영강동은 영산포역을 끼고 영산강을 앞에 둔 교통의 요지였다. 마을을 중심으로 앞으로는 배가 드나들고, 뒤로는 기차가 다니던 영강동은 물자 이동에 따라 항상 사람이 넘쳤다.

영원히 반짝일 것만 같았던 영강동에도 어둠은 드리웠다. 1981년 영산강 하구언이 건설되며 더 이상 배가 다니지 않게 된 것이다.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던 영강동은 2001년 영산포역이 폐쇄되며 외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어지자 2003년에는 영산포 5일장이 자리를 옮기고 만다. 2014년에는 빛가람동이 만들어지며 사람들은 영강동을 떠났다.

사람이 떠난 영강동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을은 고령화가 심각하고 취약계층 비중도 높아졌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2.3%로 절반에 가깝고 독거노인은 18.2% 수준이다. 건축물도 영화를 누리던 시절 만들어져 노후해졌다. 30년 이상 노후건축물은 62.5%로 전체 건축물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사람이 떠나며 공폐가는 늘어났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도 많아 항상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는 강력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주 영강동의 또다른 골목. 좁고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곰팡이 냄새가 났다.

◆주민 숙원 담긴 사업

조용하던 마을에 강력 범죄까지 일어나자 영강동 주민들의 ‘안전한 마을’에 대한 열망은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나주 읍성권이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됐다. 나주시는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도시재생 대학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영강동 주민들은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공부에 나섰다. 영산포를 이뤘던 영산동 주민들과 함께 공부하며 두 마을의 시너지 효과까지 내다봤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시재생 사업에 뛰어든 결과, 영강동은 지난 2017년 2월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83억4천만원의 지원을 받아 안전한 마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현재 영강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사업지에 편입되는 토지에 대한 매입이 완료됐으며 현재는 설계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올 하반기면 주민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는 주민어울림센터 등 주요 사업에 대한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봉수 영강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주민협의체 위원장은 “현재 여러 차례의 주민 공청회를 가진 상태이다”며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만큼,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영강동 어울림센터가 들어설 자리. 현재는 공가이다.

◆대표적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영강동의 대표적 뉴딜사업은 ‘정감 있는 마을’ ‘안전한 생활 환경’ ‘함께 성장하는 주민공동체’ 등 세가지로 나뉜다.

‘정감 있는 마을’은 노후한 주택과 공·폐가를 정비하거나 철거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범죄의 우려를 낮추는 한편 마을 미관을 개선한다. 특히 ‘목수의 집’을 조성, 집수리사업단을 육성해 주민들이 직접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주민 간의 소통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뉴딜 사업 이후에 빈집이나 노후한 주거지가 늘어도 주민들 스스로가 수리할 수 있어 사업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한 생활 환경’은 영산강변을 따라 세워진 400m길이의 옹벽과 마을 구석 구석 골목길에 폐쇄회로(CC)-TV와 경관 조명 설치하고 벽화, 휴게·녹지 공간 등을 통해 마을 미관을 개선,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함께 성장하는 주민공동체’는 지역 공동체를 회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어울림센터를 만들어 문화·복지가 있는 사랑방 역할과 함께 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조성한다. 이 공간에서는 문화복지교육, 리더교육, 주민공모사업교육 등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아카데미가 운영돼 마을 활동가를 육성해 주민 공모사업을 자율적으로 추진, 창업과 일자리로 연계하게 한다.

옛 영산포역 기찻길. 이 길을 통해 많은 물자들이 영강동을 드나들었다.

◆충분한 주민 공감대 형성돼야

나주 영강동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서 눈여겨볼 점은 토지 매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업 기획, 선정 과정에서 주민 사이에 해당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봉수 주민협의체 위원장은 “사업이 선정되면서부터 주민들에게 이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간절한 뜻을 여러차례 설명했다”며 “이 덕에 주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껄끄러운 과정 없이 원만하게 토지매입까지 이뤄졌다.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 공감대 형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석호·김혜진기자 hj@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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