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도시락

입력 2019.07.03. 18:15 수정 2019.07.03. 18:15 댓글 0개
김옥경의 약수터 무등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학창시절, 점심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쉬는 시간에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엄마표 도시락을 나눠 먹던 기억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가슴 따뜻한 추억이다. 그 때의 도시락은 반찬이 다양하거나 푸짐하지도 않았다. 흰 쌀밥 위에 얹은 달걀 프라이, 멸치 볶음, 김치 등이 고작이었다. 여기에 분홍빛이 도는 소시지 하나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였다.

도시락은 점심밥을 담는 그릇이나 점심밥, 그 자체를 말한다. 집을 떠나 일터로 가거나 여행·소풍길에 휴대하기 쉽게 반찬을 곁들여 담은 밥으로 혼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집밖에 나가 일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가져다 줄 때 ‘공고상’에 음식을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날라다 주었다. 그 뒤 생활상 변화로 사기나 나무로 둥글거나 네모나게 여러 층으로 만든 찬합에 밥·술안주 등을 담아 나르거나 휴대하게 된 것이 어원이 됐다. 도시락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학생과 직장인들이었다. 이후 우리 경제사회문화가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핵가족화에 따라 소자녀 가정이 주류를 이루면서 도시락은 사라지고 1998년부터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이 일반화됐다. 도시락이 추억의 한 켠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전국 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가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총파업으로 광주·전남지역 300여개 학교에서 단체 급식이 중단되고, 30여개 초등 돌봄교실은 한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학교측은 빵과 우유 등 대체 급식으로 간식을 제공했다. 도시락을 지참하라거나 단축수업을 실시한 학교도 있었다. 이를 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챙기기 위해 당연히 싸워야 할 일이다”,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까지 해야 하냐”라는 찬반의 의견이 분분하다.

대규모 급식 중단에 이날 어린 학생들 손에는 기존에 없었던 도시락이 들렸다. 아이들은 매일 먹던 평준화된 급식이 아닌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을 먹는 재미가 그 어느 때보다 쏠쏠했을 것이다. 반면 엄마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을 싸느라 무진 애를 썼을 터. 그래도 도시락 싸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감수한 것은 우리도 그들과 같은 노동자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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