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버스타면 보이는 것

입력 2019.07.02. 18:29 수정 2019.07.02. 18:29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며칠 전 달리던 자가용이 한밤중에 갑자기 멈췄다. 몇 개월 전부터 엔진 소리가 이상해 정비소를 두 번이나 찾았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엔진 소리로만 이상 여부를 정확히 감지하기 어렵다는 친구 녀석의 말을 믿었다.

결국 늦은 밤 사달이 나 견인차 신세를 졌다. 뜻하지 않게 애마가 사라지니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25년 넘게 시내버스를 타보지 않은 필자로서는 우선 덜컥 겁부터 났다. 무엇보다 시내버스 노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난감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을까’, ‘정시에 출근할 수 있을까’. 복잡한 머리속 정리를 뒤로 하고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하나 샀다.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노선도를 살펴보니 회사 앞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회사로 가는 버스가 와 곧바로 승차했다. 버스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느릿느릿 달렸고 곳곳에서 덜컹거렸다. 회사까지 가는 시간은 예상과 달리 1시간 정도 걸렸다. 뜻밖의 버스 출퇴근은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냈고 그것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첫째는 버스이용자 대부분이 노약자라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통 약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간만에 버스를 이용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두 번 째는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다. 한 시간 동안 2개의 신문을 샅샅이 훑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자가용 출퇴근으로는 꿈꿀 수 없는 호사였다.

끝으로 버스 운전의 과격성이다. 난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목이 시렸다. 과거처럼 시간에 쫓기거나 무질서한 풍경은 아니지만 버스 운행은 여전히 승객 중심이 아니었다.

난폭 운전 추방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버스공영제가 도입된 지 오래됐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버스에게 자가용 같은 안락성이나 쾌적함을 요구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잘 안다. 과격 운전에 따른 불편함은 시민 몫이다.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일주일 정도 남았다. 광주를 방문하는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선진도시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시내버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gingullove@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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