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프리미엄

입력 2019.07.01. 18:28 수정 2019.07.01. 18:28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A씨는 3년 전 광주 남구의 한 신규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됐다. 전용 면적 84㎡인 이 아파트 분양가는 대략 3억4천만원. 지난해 A씨는 B씨에게 6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분양권을 팔았고, B씨는 올해 초 C씨에게 다시 4천만원의 프미리엄을 얹어 분양권을 매도했다. 결국 C씨는 분양가 보다 1억원이 높은 4억4천만원에 아파트를 사게 됐다. 반면 A씨와 B씨는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빼고도 분양권을 팔아 앉아서 수천만원을 벌었다.

최근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양권 전매 현장이다. 참고로 광주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례적인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홍역을 치른 광주에 ‘고분양가’ 논란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고분양가 여파로 지역 아파트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분양한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 수천만원이 넘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이 처럼 분양권에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면 이는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어 ‘프리미엄’은 본래의 값에 덧붙이는 돈인 ‘웃돈’을 말하지만 부동산 시장 용어로는 분양권 혹은 분양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액이다. 특정 아파트의 수요자는 많지만 공급이 적거나, 낮은 분양가와 높은 시장가격 간에 괴리가 커서 형성된다. 특정 상품이 본래 값 이상의 가치를 지니면 프리미엄을 주고도 사는 것은 맞다. 하지만 투기 세력 등에 의하거나 잘못된 시스템에 따른 것이라면 사라져야 한다.

흔히 ‘괜찮은’ 아파트에 당첨만 되면 로또를 맞았다고 한다. 바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분양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수천만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별 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 값’만 주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까? 공인중개사는 D씨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1억원의 웃돈을 주고 사더라도 최근 분양한 아파트에 비하면 1억원 이상 싸요! 몇 년만 지나면 이 아파트는 5억원을 훌쩍 넘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박석호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