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혼밥·개취·탕진잼···자존과 관종의 사회학

입력 2019.06.26. 18:46 수정 2019.06.26. 18:46 댓글 0개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강보라 지음/인물과사상사/1만4천원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은 영업의 특성상 매일 고객을 만난다.

고객들 중에는 주인공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이도 있고, 무례하게 구는 이도 있다. 하루 종일 고객을 방문하고 여러 업무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혼밥의 시간’을 갖는다. 타인을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주인공이지만,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철저히 혼자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고독 속에서 나다움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찾는 대신 우리는 혼밥을 통해 먹는다는 본능의 욕구를 따름으로써 나 자신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래, 이제부터는 혼자 즐기는 거야.’ 이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보는 눈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왜,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어?’, ‘혹시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 거 아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질문의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산은 무신경의 땅 위에 무관용의 자양분을 먹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따돌림을 받거나 사회생활의 실패로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 혼자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책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라고 으르렁거리는 것만 같은 뾰족한 시대를 살아가느라 그 어디와도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아주 납작하게 줄여버린 이 시대의 마음들이 되뇌는 자기최면이다.

나만 잘될 수도 없고, 나만 잘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지만, 나만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양가성을 담았다.

특히 부제 ‘자존과 관종의 감정 사회학’을 통해 오늘날 이야기하는 마음이 비단 정신이나 심리로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라는 데 착안해 다양한 미디어·문화현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마음의 문제’에 접근해 다룬다.

책은 개인이 자기 자신, 타인, 사회와 맺는 관계의 거리를 담았다.

1장에서는 혼밥, 개인 취향, 덕질 등 갈수록 더 강조되는 개인이라는 개념을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2장에서는 일상 안에 내재된 타인의 시선을 먹방, 리액션 비디오, 인성짤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3장에서는 오늘날의 소비 패턴과 주거 양식, 성장에 대한 고민과 지식을 선택하는 과정 등을 통해 스스로 그려가는 우리의 자화상이 어떤 모습인지 살핀다. 4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우리의 삶이 변화하는 방식을 기계와의 소통, 라이브 방송, 랜선 관계, 인증 문화 등을 통해 들여다본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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