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빛 좋은 개살구' 학폭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입력 2019.06.25. 18:10 수정 2019.06.25. 18:10 댓글 0개
김경은 법조칼럼 변호사(김경은 법률사무소)

십대들의 학교 폭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대책은 겉돌고 있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대구에서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폭력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 후 강화된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학폭위)관련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 했다. 필자는 한 중학교 학폭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현장의 고민을 들었다. 우선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담당교사는 형사사건에 준하는 절차와 처리에 몇 개월을 시달려야 하고 작은 실수라도 하면 가·피해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문제 삼아 결국 교원과 학교가 징계나 소송을 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오늘날 학폭위는 사법제도 시스템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교사가 경찰·검찰 역할도 하고, 판사 역할도 하고, 나중에는 교내봉사및 사회봉사 업무까지 책임져야 한다. 필자가 참여하는 한 중학교 학폭위에서 경험한 바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송전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진술서를 받아보면 사실관계부터 확인이 어렵다. 대부분 서로의 의견이 엇갈려 싸우기 일쑤다. 피해자 부모는 아이의 말을 최우선으로 믿기 때문에 가해사실을 부풀리기도 하고 가해자 부모는 강압조사라는 식으로도 버틴다. 이래 저래 힘없는 선생님만 중간에서 시달리게 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는 학폭위 무용론도 나온다.

현재의 학폭위제도에서는 담임교사가 덮어주고 용서하려해도 “은폐다, 축소다”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절차에 따라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피해 학생들도 불만이다. 피해 학생들이 학폭위에 신고를 히려면 다른 교우들에게 왕따라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교사나 학생이나 학교 폭력을 모른 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교육현장에서는 화해와 조정을 실시하려고 해도 학폭위로 가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화해나 조정도 어렵다. 결국 아무리 사소한 것도 무조건 학폭위에 가서 회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제도가 지금 학폭위다. 어렵게 아이들의 조정과 화해절차를 만들었더라도 현재 법상으로는 학폭위를 안 열면 불법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화해나 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현 제도하에서 학부모들은 학폭위로 가지 않으면 학교가 사건을 은폐·무마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예전에는 ‘담임종결’이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2012년 도입돼서 2014년까지 3년간 ‘시행하라’는 지침은 있었지만 이 마저도 홍보가 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학폭위는 교육적이어야 한다. 적어도 학부모와 학교가 서로 신뢰를 회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학폭위까지 가지 않더라도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폭력을 대하는 학부모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학부모들은 30년 전 자신이 다니던 초·중·고교 교실을 상상하고 그에 맞춰 아이들의 세계를 상상한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 세계는 30년 전 세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학부모들도 학폭위의 한계와 부작용에 대해 인식하고, 학부모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의 교육과 화해 조정 재발 방지에 대한 학부모 교육과 학부모 참여를 통한 자녀 양육의 개선책이 필요하다.

지금 학폭위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법을 개정해 화해와 조정을 통한 해결 방안도 고민해야 할 때다. 학부모와 학교의 신뢰를 회복해 학폭위로 가져가야 할 사안은 학폭위에서 처리하고 교사선에서 끝낼 일은 자율권도 존중해야 한다.

나아가 학부모들은 무조건 아이들 사건을 학폭위에 맡기기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학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학폭위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학폭위는 ‘빛 좋은 개살구’일 수 밖에 없다. 겉은 화려하지마 속은 빈 학폭위!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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