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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포용도시를 위한 국가균형발전의 비전
입력 2019.06.25. 18:10 수정 2019.06.25. 18:10 댓글 0개모든 도시는 공공성을 전제로 한다. 일부 토지나 건물이 사적으로 소유되기도 하지만 도시는 사적 공간만으로는 존립할 수 없다. 도시의 내부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모든 주민들이 공공재와 공유재로서 이용하는 공공 부문이 필연적으로 요청되기 때문이다. 시민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정부와 의회 기능이 유지되며, 정부가 법적 근거 하에 민주적 통치행위를 수행하는 본질적 이유는 도시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한국의 도시는 공공성을 많이 상실해왔다. 도시 공간은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받는 생활 민주주의의 터전이 되기보다는 돈벌이의 수단이자 과시의 표상이며 배제의 도구로 변모해왔다. 이른바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도시에서 점차 배제되어 왔고, 생계유지에 바쁜 주민들은 도시 정치에 참여해서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부동산의 교환가치 상승이 그 소유자의 노동의 결과라기보다는 도시 변동에 의한 공공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공공성을 유지를 위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던 프랑스의 사회이론가였던 앙리 르페브르는 일찍이 도시 공간이 돈벌이의 수단과 전략으로 변모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도시가 돈벌이를 위한 곳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도시 공간의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를 우선시했다. 또한 그는 도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와 책임을 강조했다. 르페브르의 논의는 오늘날 포용도시 개념에 근간을 이룬다.
포용도시의 5가지 조건인 로컬 민주주의의 착한 거버넌스, 소외 및 배제된 집단에 대한 사회적 포용, 도시의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 보장, 도시의 기초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 그리고 도시의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 접근 및 참여 보장은 이러한 도시에 대한 권리 개념에서 비롯됐다.
이미 서양의 몇몇 도시에서는 포용도시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001년에 토지의 독점적 소유와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법을 제정했다. 몬트리올과 바르셀로나 또한 2000년대에 들어 도시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헌장을 제정했다. 뉴욕시는 1980년대부터 이루어진 사유 공간의 공공성 제고 노력 덕분에 오늘날 광장, 공원, 시장 등으로 이용되는 사유지가 500여 곳에 달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UC버클리의 피플스파크는 대학, 시정부, 학생,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치를 통해서 조성된 공원으로서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공공공간이 되었다.
국가균형발전은 단순히 인구와 부의 공간적 형평성을 추구하려는 정책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은 국토와 공간을 돈벌이의 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인식하여 공공성을 증진, 확대하려는 민주주의 운동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생활SOC 사업 등 포용도시를 추구하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목표는 단순한 공간의 물리적 업그레이드나 도시 서비스 공급 확대가 아니라, 국토·도시·마을 등 삶의 터전에 대한 인식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뉴욕 토박이였던 뉴욕시립대의 마셜 버먼 교수는 공공공간은 일탈자들의 범람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재로 붕괴된다고 말했다. 런던정경대의 리처드 세넷 교수는 공공공간이 사회의 내적 모순이 자유롭게 표출되어 시민들이 차이에 대한 관용을 배우는 민주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균형발전을 통해서 우리의 국토와 도시가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유쾌하고 떠들썩하고 생기가 넘치는 곳이 삶의 터전이 됐으면 좋겠다.
- [기고] 전남과 광주의 문화다양성, 포용의 문화로 바꾸자 최근 이강인 선수에 대한 이슈가 부상한 적 있다. 아시안 컵 4강 전을 앞두고 식사 후 함께 얘기하자는 주장의 얘기를 무시하고 탁구를 친 이강인 선수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달려들어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강인 선수는 인성이 부족한 자 혹은 싹수없는 선수가 되었다.뭐 이강인 선수를 두둔하거나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문화체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꺼낸 얘기다. 사실 우리는 강한 선후배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나이에 관한 한 절대적이다. 왜 싸우면서도 나이를 따지는 게 우리 아닌가?이에 반해 유럽이나 북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곳에선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이다 보니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고, 그 태도 또한 우리와 사뭇 다르다. 왜 프리미어리그나 여타 유럽축구를 보면 선수가 감독을 밀치고, 선수끼리 자기주장을 펼치다 싸움까지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제국주의 경험에 여러 문화가 섞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문화 못지않게 타문화를 존중한다. 타인의 말이나 표현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행동을 금한다. 더불어 타인을 차별하는 것도 금한다. 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선수들 유니폼에 "No Racism, No Room"(인종차별 예외없음)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그 정도로 타인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실제로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문화정책에선 이를 문화다양성이라 부른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다양성법'이 제정되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 더불어 국적·민족·인종·종교·언어·지역·성별·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 차이에 의한 차별을 할 수 없다. 각 집단은 자신의 문화를 표현하거나 관련된 예술활동을 하며 지원에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광주 전남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전남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16년 12월 1일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하여 많은 지자체의 조례 제정에 영향을 주었다. 광주광역시 또한 2018년 7월 24일 조례를 제정하여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두 조례가 다르다는 점이다.최초로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한 전남도는 '문화적 차별'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하여 문화적 표현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광역시 조례는 '문화적 관용'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한 차별은 금지하고 있으나, '단, 사회미풍양속을 침해하는 문화다양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그 보호의 범위를 사회미풍양속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풍양속이란 무엇인가?그 범위가 모호할뿐더러 미풍양속이라는 표준화된 문화체계에 여러 문화를 가둠으로써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보다는 억압하게 만든다. 즉 누군가 사회미풍양속에 침해한다고 말하면 그 표현이나 활동은 제한되거나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화다양성 보호가 아닌 억압의 측면이 있다.문화나 사회의 발전은 현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온다. 에두와우드 마네의 '올랭피아'나 구스타프 꾸르베의 '세상의 기원' 등은 모두 당시로서는 허용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예술이 발전했고, 사회가 변했다. 지금 당장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 조례이기에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문화다양성이란 평소엔 인지되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하며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전남도나 광주광역시 조례는 전국 지자체에 끼친 영향이 커 전남도 조례는 경기도에, 광주광역시 조례는 서울시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전남도의 조례가 적절히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광주광역시 조례도 바뀌어 광주 전남이 함께 인권의 도시로서 나아갔음 하는 바램이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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