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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차리는 남자의 고백, 이지형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

입력 2019.06.25. 16:16 댓글 0개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는 부엌이 거처가 됐다. TV를 끄고 거실 소파를 떠나 식탁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한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허술한 차림에 앞치마를 두르고 칼, 도마, 냄비, 프라이팬을 차례로 바꿔 들고 갖가지 식재료를 씻고 썰고 익히면서 세상을 관한다.

'부엌에서 지중해를 보았다'에는 미역과 홍어, 도다리쑥국과 샐러드 등의 요리와 음식을 통해 달고 시고 쓰고 짠 삶과 세상을 관조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하면서 떠올린 기억과 추억, 상념들을 마주할 수 있다.

총 50편의 이야기를 6부로 나누어 전한다. 제1부 미역은 늘 옳다, 2부 달콤한 게 필요했다, 3부 쫄깃한 걸 사랑하세요? 4부 설국에서 온 쌀, 5부 시간의 술, 불의 술, 6부 궁극의 레시피로 구성돼 있다.

저자인 푸드 칼럼니스트 이지형은 기분이 가라앉을 땐 고운 음식을 만든다. 조용히 살피고 찬찬히 맛보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적는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미학을 공부했으며, '소주 이야기'와 '주역, 나를 흔든다' '강호인문학', '끝에서 시작하다-시베리아에서 발트까지' 등을 썼다.

극작가 임성한은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제대로 사랑할 줄 안다고 한다.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극한 모성으로 아들에게 정성 음식을 만들어 주는 어머니의 마음 본받아, 아내와 자녀들에게 영양가있는 아침을 차려 주고 출근하는 아빠의 속 깊은 사랑"이라며 "읽으며 가슴이 따뜻해지고, 지금은 먹을 수 없는 엄마의 밥상이 그리워지고 영혼이 위로되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밥 차리는 남자의 실없는 자기고백에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최청운 그림, 196쪽, 1만3000원, 디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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