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특별기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은 청렴에서 나온다

입력 2019.06.24. 18:20 수정 2019.06.24. 18:20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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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4년 싱가포르에서 마이클 페이라는 미국인 학생이 차량 등 기물을 파괴하고 싱가포르의 국기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선고 결과는 징역 4개월, 태형 6대와 벌금이었다. 문제는 태형, 즉 곤장이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곤장을 치는 것은 야만적이라고 항의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대응했다. 급기야는 당시 클린턴 대통령까지 친서를 보내 태형에 대한 사면을 요청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고심 끝에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고려해 태형 6대를 4대로 감형하는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이는 ‘청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가, 싱가포르의 예외 없는 법 집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싱가포르가 약 30여년에 걸쳐 청렴국가로 탈바꿈하고 경제성장까지 이루게 된 배경에는 반부패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 그리고 고액의 벌금 부과, 부정축재에 의한 재산 전액 몰수, 관용을 허용하지 않는 반부패법 등 ‘강력한 법집행’이 있었다.

1965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부패와 무질서의 온상이었던 싱가포르는 그렇게 하여 세계 경쟁력 1위를 다투는 나라가 되었다. 2018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3위를 달성하는 등 1995년 CPI가 처음 발표될 때부터 매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 앞에 주저앉아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법치주의를 확립하지 못하고 청렴성 측면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2018년 CPI 결과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45위, OECD 36개 국가 중 30위로 여전히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CPI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도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국가 청렴도 1점 향상 시 1인당 국민소득이 약 4천 700달러 상승한다는 한국행정학회의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기업 및 국가에 대한 투자조건으로 청렴수준, 내부 준법감시제도인 컴플라이언스 제도 도입 등이 중요한 고려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청렴은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 지표로서 개인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도 그간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반부패 정책들을 입안하고 시행해 왔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변화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이제는 정부, 국민, 지역사회, 기업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발맞추어 참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지난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나주를 비롯한 광주·전남 일원에서는 ‘빛가람청년문화제’가 진행되었다. 이는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 및 지자체 등 27개 기관들이 청렴클러스터를 구성해 청렴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지역에 청렴문화를 확산하는 행사이다. 2015년 처음 시행한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는데, 매년 국민권익위원장이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하고, 타 혁신도시 클러스터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실행력을 갖췄다. 이제는 시민들이 먼저 문화제를 기다릴 정도로 명실상부한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필자도 이번 개막식과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문화제를 함께 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진정한 청렴사회, 청렴국가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엄정한 처벌이나 공정한 법집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청렴골든벨로 청탁금지법을 공부하고, 토크콘서트를 통해 행동강령을 배우며, 연극을 통해 ‘부패는 득보다 실’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 그로 인해 공직자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활과 인식에 청렴의식이 스스로 스며들게 하는 것, 바로 이러한 청렴문화의 확산과 정착이 그 어떤 강력한 법집행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빛가람 혁신도시에서 시작된 이 청렴물결이 광주·전남을 거쳐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를, 그로 인해 다음 세대에는 싱가포르가 아닌 대한민국이 반부패 청렴의 대표 사례로 전 세계에 널리 회자 되고,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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