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특별기고> ‘옐로우 출렁다리’ 가는 길에 희망을 보았다

입력 2019.06.23. 13:09 수정 2019.06.23. 13:4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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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석 장성군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은 어디일까? 저마다 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난 자신 있게 말한다. “당연히 ‘장성호 수변길’이죠.”

전남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장성호의 주변을 따라 우리 군이 조성한 ‘장성호 수변길’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걷기길’로 선정됐을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산과 호수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장성호 수변길’의 백미는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1.6㎞ 길이의 나무데크길이다. 가파른 절벽을 빙 둘러 세운 이 나무데크 다리는 그 자체로 한 폭 그림이다. 다리 한쪽에선 숲 속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를, 다른 한쪽에선 호수 물이 절벽을 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인이나 가족과 거닐며 탁 트인 장성호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면 묵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수변길과 연계된 ‘옐로우 출렁다리’도 명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성호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아찔한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떠오른 덕분에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이 난 덕분에 단숨에 호남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두 마리 황룡의 모습을 형상화한 21m 높이의 주탑이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 충분하다.

지척에 신선이 거닐 법한 산책로와 그림 속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호수 다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장성의 큰 복이다. 이 복을 누리기 위해 난 시간이 날 때마다 ‘장성호 수변길’을 찾는다. 그런데 지난 주말 찾은 ‘장성호 수변길’의 풍광은 뭔가 달랐다.

새 울음에 박자를 맞춰 장성호 수변 나무데크길로 향했다. 어찌 된 일인지 수변길 진입로가 낯설었다. 잡풀과 쓰레기가 있던 굽이진 길모퉁이에 노란 금영화가 활짝 피어 있었던 것이다. 금영화는 군락을 이룬 채 길을 따라 300여m 가량 이어져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하늘을 껴안기라도 하듯 한껏 팔을 벌린 금영화의 모습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누굴까? 이곳에 꽃을 심은 사람은. 우리 직원일 수도 있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군의 자랑인 수변길을 더 아름답게 만들려고 누군가 이곳에 금영화 씨앗을 뿌렸다는 점이다.

꽃 무더기를 바라보며 한참 깊은 사색에 잠겼다가 문득 금영화 꽃말이 ‘희망’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순간 번개에라도 맞은 듯 전율이 온 몸을 휘감았다.

아마도 장성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전국 곳곳에서 몰려드는 수변길 방문객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줄 방법을 고민하다 꽃을 심기로 마음을 먹었으리라. 수변길에 가장 어울리는 꽃을 물색하다 노란 금영화를 택했으리라. 아마도 꽃씨를 뿌린 이는 나날이 발전하는 장성의 모습에서 가슴 벅찬 ‘희망’을 보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길이 장성에 있다는 사실을 뿌듯하게 자랑하려고 장성의 희망을 담은 꽃씨를 뿌리지 않았을까. 상상의 나래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1990년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재직 시절, 지인이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선물했다. 남도지역 문화유산을 다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듣고 관심을 갖고 있던 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책을 볼 때 서문과 목차부터 꼼꼼히 읽는 편이다. 서문은 글쓴이의 생각이 요약된 ‘주제’이고, 차례는 책을 여행하는 데 필요한 ‘지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서문부터 흥미로웠다. 특히 문장 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 교수는 조선시대 문인 유한준 선생의 글을 인용해 문화유산에 대한 진정한 안목은 ‘사랑’을 통해 갖춰진다고 설명했다.

수변길 입구에 꽃씨를 뿌린 사람의 마음도 장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으리라. 그래서 남들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곳에 꽃씨를 뿌리는 아름다운 마음을 먹을 수 있었으리라. 수변길 초입에서 내가 본 금영화는 장성의 미래를 찬란하게 밝혀줄 희망 한 무더기였던 것이다. 장성호 수면이 유독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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