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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코치 고영민 ˝아직 어색하지만 작전·주루분야는 자신˝

입력 2017.01.26. 13:52 댓글 0개
15년 선수생활 접고 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

"선수대기실로 갔다가 코치실로 돌아갈 정도로 코치라는 직책이 아직은 어색하고 적응이 덜 됐어요."

25일 오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kt 위즈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만난 고영민(33) 코치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프로 입단 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참가한 시무식이지만 여러모로 어색하기만 하다. 두산 유니폼이 아닌 kt 유니폼을 입은 것도 그렇고, 선수들과 한 데 섞여 있는 것이 아닌 코칭스태프들과 나란히 앉은 것도 낯설다.

동기는 물론 많은 선배들이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을 연차에 선수가 아닌 코치로 불리는게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 2루수를 지내며 '고제트'라는 별명으로 불린 고영민 코치가 막내 구단 kt에서 지도자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코치 고영민'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선수 유니폼을 입는 것이 바람이었지만 코치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도 기분이 좋다"며 "두산을 나오게 된 계기가 선수로서 의지가 강했다. 당시 팀의 코치 제안도 거절한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김진욱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다. 선수생활에서 나의 영역이 작아지면서 (코치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2년 두산에 입단해 2000년대 중반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짧지만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2015년 우여곡절 끝에 두산과 재계약했지만 지난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딱히 그를 필요로 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때 두산 시절 함께 했었던 김진욱 감독이 kt에 부임 후 손을 내밀었다. 다만 선수가 아닌 코치직을 제안했다. 고민이 많았지만 남들보다 일찍 제2의 야구인생을 준비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두산 시절 고영민 코치가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코치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의 특성상 미래를 위한 유망주 발굴과 육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김 감독도 고영민 코치의 이러한 부분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고영민 코치는 김 감독이 자신에게서 코치로서 어떤 자질을 높게 봤는지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힘들어하고 좌절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2군에 있을 때 겪었던 이야기들을 많이 해줬다. 2군에 있는 동안 후배들이 더욱더 잘할 수 있도록 기량을 갈고 닦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점을 잘 봐주신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산에 있을 때 나와 룸메이트를 했던 친구들은 다 야구를 잘했다. (박)건우도 1군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며 "제 밥그릇은 못 챙기면서 남의 밥그릇은 잘 챙겼던 거 같다"고 웃었다.

그렇지만 코치직이 영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은 기분은 아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코치를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그 시기를 조금 일찍 맞딱드렸을 뿐이다.

고영민 코치는 "언젠가는 코치를 할 생각이었다. 선수로서 많이 못했던 플레이, 머릿속에 있는 야구를 어린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려고 한다. 머릿속에 잘 들어가도록 가르치는 코치가 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일찍 선택한 길이지만 코치로서 자신감도 있다.

그는 "코치로서 주어진 절차를 밟고 싶다"면서도 "설레고, 낯설고,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 동안에도 1, 3루 주루 코치로서 생각을 많이 했다. 작전과 주루 분야에서는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선수를 그만둔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은 없다. 코치로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코치를 할 수 있도록 해준거 같다. 선수들이 마음 가짐 같은 것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코치가 되어주고 싶다. 야구 외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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