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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의 두가지 심성

입력 2019.06.20. 18:32 수정 2019.06.20. 18:32 댓글 0개
나윤수의 약수터 칼럼니스트

보노보는 침팬지과에 속하는 포유류다. ‘작은 침팬지’라 불릴 만큼 침팬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둘은 한 조상에서 250만년전에 갈라졌는데도 살아가는 방식은 현저히 다르다.

침팬지는 폭력적이고 권력중심적이며 수컷 중심적이다. 동료를 죽이기도 하고 원숭이 두개골을 박살낼 정도로 성격이 포악하다. 이에반해 보노보는 대단히 온순한 성격을 지녔다. 동족과 절대 싸우는 일이 없다. 암컷을 중심으로 무리지어 살며 수시로 사랑을 나누고 협력한다. 침팬지가 폭력을 앞세운 패권적 삶을 산다면, 보노보는 평화를 추구하는 낭만적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500만년전 유인원과 결별했다. 하지만 인간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두 심성을 모두 지닌 특이한 존재다. 어떤 인간은 침팬지보다 더 폭력적이지만 한 없이 인자한 이타적 인간도 존재한다. 인간의 이 두가지 속성은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 동양에서는 성선설과 성악설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며칠전 광주시 북구 한 원룸에서 10대들이 집단으로 또래를 폭행해 사망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이렇게 때리면 죽을 수 있겠다”고 인식하면서도 갈비뼈가 부러지고 간이 찢어질 정도의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폭행 동영상을 찍어 돌려보기 까지 했다니 가학성이 침팬지 못지않다. 이들을 “엄벌해 달라”는 청원자가 줄을 잇고 있는 상태다.

콜베 신부는 세계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성자로 추앙 받는다. 1941년 7월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탈옥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나치는 한 명이 탈옥하면 유대인 10명을 처형했다. 나치가 지목한 처형대상 10명중 1명이 “자신에게는 처자식이 딸려 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본 콜베 신부는 “나는 처자식도 없고 살만큼 살았으니 그를 대신해 죽겠다”며 자원해 그를 살리고 대신 처형됐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심성이 존재한다. 심성의 발현 정도에 따라 또래를 사망케한 10대들 처럼 침팬지형 폭력 인간이 될 수 있고, 콜베 신부같은 보노보형 박애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그들도 원래는 콜베 신부같은 착한 심성을 지닌 인간이었으리라 믿고 싶다. 엄벌에 처하되 인간교육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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