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더러운 이름, 누명

입력 2019.06.20. 17:58 수정 2019.06.20. 17:58 댓글 0개
선정태의 무등의시각 무등일보 사회부 차장

누명. 더러울 누(陋)에 이름 명(名).

여기 두 사건이 있다. 하나는 만나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사건이다.

지난 2015년 봄 곡성에서 생활하는 50대 남성은 어느 날 여성 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여성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성폭행하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여름에도 모텔로 끌려가 성폭행당했다고 진술, 남성은 결국 구속됐다.

이 남성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고 수 년이 지난 2심에서야 겨우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피해 여성은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으로 이 남성이 아니라 자신의 고모부라고 고백한 것이다.

또 다른 사건 하나. 자신의 차에서 여자친구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유사 성행위를 시켰다는 사건이다.

지난해 할로윈데이 밤. 광주에 사는 20대 남성은 여자친구를 차로 납치해 폭행하며 데이트폭력을 휘둘렀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얼마 전 여자친구의 향수병 등을 깨트렸다는 혐의도 함께.

억울하다는 청년의 하소연에도 경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8개월만에 재판에 넘겨졌지만 청년에게 적용된 여러 혐의 중 가장 심각한 데이트 폭력은 유죄가 입증되지 못했다.

‘한번도 본 적없는 사람을 어떻게 성폭행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한 곡성의 남성이나, ‘자신은 맞았을 뿐 여자친구를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남성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성폭행 사건은 대부분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 초기 DNA 수집 등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경찰은 ‘정황상 증거’가 될 수 있는 CC-TV 영상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말만으로 사건을 처리했다.

피의자들이 발뺌한다고 판단했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건 당시나 앞뒤 상황이 담긴 영상을 확보했어야 하지 않을까. 재판에서 더 확실히 처벌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경찰이 대충대충 수사하는 동안 이 남성들의 억울함을 증명해줄 CC-TV를 확보한 사람들은 남성들의 딸과 어머니였다.

남성들은 자신에게 씌여진 누명의 원인으로 부실 수사를 꼽고 있지만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큰 잘못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죄없는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만드는 경찰의 행동을 옹호해줄 사람은 없다.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을 향하는 ‘부실수사·편파수사’ 누명도 억울해 하지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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