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미세먼지와 마스크

입력 2019.06.20. 17:57 수정 2019.06.20. 17:57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행복은 맑은 공기에서 나온다. 비 온 뒤 공기가 맑아져 그동안 참았던 큰 숨을 내쉰다. 투명한 공기가 폐포를 거쳐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져 상쾌하다. 고개를 들어 무등을 바라보면 초록으로 한층 가까워진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 행복하다.

미세먼지는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다. 우리는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체크하고 그에 따라 생활을 계획한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으면 실내에 머물고, 야외활동은 피한다. 미세먼지 대기오염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폐가 망가지는 호흡기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신적으로 모든 장기에 영향을 끼친다. 미세먼지는 호흡할 때 폐로 들어와 폐손상을 일으킬 뿐 아니라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져서 심장 혈관 등 모든 장기가 망가지게 한다. 미세먼지는 발암물질이다. 암을 일으킨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높을수록 여러 질환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 특히 직경 2.5㎛ 이하 초미세먼지(PM2.5)는 모든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 부정맥 심부전 등 혈관질환을 악화할 수 있다. 민감한 환자는 수 시간, 혹은 수 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최근 들어서 대기오염이 악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수치를 따져보면 1980년대가 최악이었다. 1986년 서울의 PM2.5 농도는 연평균 109㎍/㎥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행정안전부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에 따르면, 미세먼지 PM2.5 150㎍/㎥ 이상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되면 경보가 발령되고 모든 야외활동이 중단된다. 1980년대에는 연중 수시로 올라가는 수치였다.

서울 미세먼지(PM10) 연평균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9㎍/㎥에서 53㎍/㎥으로 감소했고, PM2.5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7㎍/㎥에서 16㎍/㎥으로 감소했다. 매연을 내뿜는 노후 차량 퇴출과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시내버스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체에 치명적인 오존과 질소산화물 농도는 상승하였다. 석탄발전 및 자동차 증가 등에 따른 대기 오염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마스크 착용이 문제가 많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를 썼을 때 다소 불편하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약자나 임산부와 태아 등 호흡기능이 약한 경우는 심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흉부학회는 마스크 착용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숨 쉴 때 힘들어서 부담이 되며,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기능을 감소시키며, 심장에까지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FDA는 만성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 임산부 등 호흡이 어려운 사람은 N95 마스크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 환경청은 PM2.5 오염이 24시간 동안 250㎍/㎥ 이상으로 매우 특별하게 높을 때에만 착용을 권하고 있다. 등하교나 출퇴근 길, 그리고 실내에서는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부와 언론은 PM2.5 오염이 50㎍/㎥ 정도만 넘어도 ‘나쁨’이니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반드시 싱가포르 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그 기준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착용을 강권할 날은 거의 없다. 환경부의 기준은 의학적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과잉대응이 아닐까?

물론, 폐질환이나 심뇌혈관질환 환자는 미세먼지 예보등급이 ‘나쁨’ 또는 ‘매우 나쁨’ 뿐 아니라, ‘보통’이더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항상 주의해야 한다. 외출 후 실내에 들어오면 손발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서 몸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하는 시간대(출퇴근 시간 등)에는 창문을 닫고 실내에서 흡연을 피하고, 음식물을 조리할 때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 고위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오염 최악에서 벗어났지만 최근 5년 동안은 진전이 없다. 미세먼지 수치를 일정 수준까지 낮추기는 비교적 쉽지만 그 이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려면 국민 전체의 협조와 실천이 필수적이다. 맑은 공기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행복을 위한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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