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자체, 서류만 검증해도 '거품' 빠진다

입력 2019.06.19. 18:14 수정 2019.06.19. 18:14 댓글 8개
광주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
<하>해법은 없나
“규제 장치 없다”며 수수방관
시민단체 “분양가 부풀리기”
건설사 “땅값 등 공사비 급등”
후분양제·원가공개 근본 대책
“승인 과정 관리·감독 철처히”
광주 지역 아파트

최근 광주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을 촉발시킨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지난달 분양한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천6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중도금 유이자와 각종 옵션 등을 더하면 3.3㎡당 1천70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광주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인 1천160만2천800원 보다 400만원 가량 비싸다. ‘화정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모(49)씨는 “다른 분양 아파트에 비해 특별한 것이 없는데, 왜 이렇게 분양가가 높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광주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분양 원가 상승을 꼽는다. 땅값이 크게 오른데다,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을 많한 땅이 부족한 가운데 토지 매입비와 건설자재, 노임 등 공사비가 크게 올랐다”며 “마감재 고급화 추세와 붙박이장, 식기세척기 등 서비스 품목이 다양해진 것도 분양 원가 상승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경기도시공사가 공개한 아파트 공사원가에서 소비자에게 분양된 건축비가 실제 건축비보다 평균 26%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전용면적 84㎡(33평)을 기준으로 실제 건축비보다 4천800만원을 더 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하도급 반영 시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광주는 분양가를 규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는데다, 정작 이를 관리·감독할 지자체들도 수수방관하면서 건설사들이 비상식적인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다 보니 수도권 규제를 피해 대형건설사들이 광주 등 지방에서 분양가를 높이고 있다.

주택법에 따르면 공공택지와 투기과열지구는 시행사가 분양 전 61개 항목으로 된 분양가격을 공시하게 돼 있고, 해당 지자체는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분양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분양가가 시세 보다 너무 높게 책정됐거나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심의위원회는 재심의를 하고, 분양가 인하를 강제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지역과 일반택지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특별한 심의 절차가 없다. 이에 따라 광주는 시행사가 해당 지자체에 신고하는 분양가대로 승인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최근까지 광주 5개 구청은 일반택지 아파트 분양가를 시행사가 신청한 분양가대로 대부분 승인했다.

광주 A지자체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분양 보증은 확실한지 등 시행사가 제출한 입주자 모집 공고안의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승인을 해 준다”며 “분양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규제하고, 강제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분양 승인 과정에서 시행사에게 분양가를 좀 낮추라고 권고해 일부 낮추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서울 등 수도권 투기 세력과 일부 지역민들의 투기 심리 등도 고분양가 행진에 한몫하고 있다.

▲대책은 없나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정확한 원인 파악과 함께 서둘러 중단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일부 분양 아파트에서 시작된 고분양가 현상이 신규 분양 주택 등 지역 주택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시행과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를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는다.특히 경기도를 시작으로 아파트 분양가에 부풀려진 금액이 확인되면서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건설 개혁본부 국장은 “1970년대 부터 주택 보급 확대를 위해 선분양제가 시행되고, 2000년대 본격적으로 분양가 자율화가 되면서 분양가가 급속도로 올랐다”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형식적인 승인까지 겹치면서 고분양가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지금 바로 잡아야 할 제도는 선분양제”라며 “후분양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국장은 “원하도급 내역과 공사비 내역 및 이윤 등을 포함한 제대로 된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지고, 분양가 상한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광주시 등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지자체들이 분양가 승인을 규제할 만한 장치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지자체가 교통영향평가, 건축계획 심의, 인·허가 등 분양가 승인 전까지의 과정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매매계약서와 설계도, 사업비 내역서 등 다양한 자료를 꼼꼼히 체크하고 검증만 해도 고분양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실련 고영삼 사무처장도 “고분양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뜻을 모아 고민하고 풀어가야 하고, 특히 광주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앙 경실련과 함께 아파트 분양가 거품빼기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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