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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로 방치된 5·18 사적 옛 적십자병원
입력 2019.06.19. 16:15 수정 2019.06.19. 16:15 댓글 3개2014년 문 닫은 후 폐건물로
서남대 청산과정서 매물 등장 촉각
“내년 40주기 앞서 환수 조치해야”
5·18 사적지 11호로 지정된 옛 적십자병원이 수년째 흉물로 방치돼오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 시민들과 5월 단체들은 방치돼오고 있는 사적에 대해 시가 관리주체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옛 적십자병원은 1954년 동구 불로동 광주천변에 세워진 이래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했다.
1980년 5월 당시에는 계엄군의 잔악한 탄압 아래 스러져간 광주 시민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핀 곳이기도 하다. 당시 부상자 치료를 위한 피가 모자라자 시민들은 물론 인근 상가의 여종업원들까지 헌혈에 나서 광주의 대동정신을 보여준 상징적인 곳으로 꼽히고 있다.
5·18 이후 경영난에 봉착한 병원은 1995년께 서남대학교에 매각된 이후 의과대 부속병원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거액의 교비를 횡령하는 등 사학비리의 온상으로 알려진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80)씨의 소유인 상태에서는 사적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홍하씨의 사학재단 비리와 서남대의 부실대학 선정 등으로 병원은 결국 2014년 문을 닫고 현재까지 폐건물로 방치되고 있다. 병원은 결국 2016년에 이르러 서남대학교의 구조조정 명목 자산의 매각대상이 됐다.
사적지로서의 유지·보존 문제보다 사유재산으로 여겨져온 탓에 적절한 환수 방법을 고심하지 못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남대는 2017년 법인 해산 이후 2018년 5월부터 청산과정에 들어갔다. 청산인 측은 모든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와 매각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매각 대상에는 옛 적십자병원 역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로 서남대 부속기관 등의 소유권이 모두 넘어온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산인들은 서남대의 재산을 직접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청산인들의 직접매각 과정이 진행될 경우 재산의 입찰 과정에서 일반인이 뛰어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만약 일반인이 적십자병원의 상징성 등을 노리고 입찰에 뛰어들어 낙찰받게 된다면 환수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뿐만아니라 만약 청산인이 아닌 교육부가 서남대의 매각을 추진할 경우 재산을 분리 매각하지 않고 한꺼번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사적지의 특징을 감안해서라도 병원은 따로 입찰을 내 시와 자치구에 파는 방안 등으로 청산이 이뤄질 필요가 있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5월 단체 관계자들은 시가 사적 보존 조례를 성실히 따르고, 오는 40주기에 앞서 환수가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부상자회 허연식 전문위원은 “옛 적십자병원은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함께했던 대동사회의 대표적인 상징이나 다름없다”며 “부실 사학재단의 손아귀에 넘어가 사적지로서의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여기까지 이어진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시는 ‘5·18사적지 보존·관리 및 복원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적지와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40주기에 앞서 적극적인 접촉과 협상을 진행해 옛 적십자병원의 환수가 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광주시는 “청산절차가 진행중인 부분에 있어 교육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갈 방침이다”며 “만약 사적지를 개인이 매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소유주와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고 밝혔다.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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