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표현의 자유는 타인을 혐오하는 자유가 아니다

입력 2019.06.18. 17:20 수정 2019.06.18. 17:20 댓글 0개
이명기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 21세기 종합법률사무소)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로 존경 받던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다. 영부인으로서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등에 기여해 여성 권익신장에 앞장섰던 분이었다. 그런 이희호 여사에게 최근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진 학생이 페이스북에 조롱섞인 글을 남겨 물의를 빚었다.

이 학생은 여야 정치인들과 일반 국민들이 표현이 지나치다고 비판하자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살인범을 욕하면 일베충으로 낙인찍히는 나라가 되었느냐”면서 아예 고인을 살인범으로 규정하는 만용을 부렸다. 이 학생은 “고인이 여가부를 만드는데 1등 공신이다. 여가부와 여가부 예산을 받는 여성단체 때문에 무고하게 자살한 사람이 여럿이다. 따라서 고인은 살인범이다. 살인범을 욕한 나는 일베충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가부와 여가부 예산을 수령한 여성단체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서 스스로 최고의 지성인이라 여기는 학생이 고인을 살인범이라고 규정하는데 제정신인가 싶다. 수능을 만점 맞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에 재학중인 학생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앞날이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이런류의 고인에 대한 모욕 글과 사진은 일베와 같은 여혐사이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고인에 대한 추모를 강요해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고인을 향한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모욕적인 언사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당한 비판과 혐오는 엄연히 다르다. 표현의 자유는 가능한 넓게 보장하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 받을 필요도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지나쳐 특정지역, 특정인, 특정성(性)에 대한 무분별한 비하나 혐오 등의 언어 폭력까지 보장하는 것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장되는 것이지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거나 혐오적 표현까지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과도한 인신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라도 혐오, 장애인 혐오, 남혐, 여혐 등 심각한 혐오 현상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전라도 사람을 비난하는 단어로 ‘홍어, 빨갱이’등 열거하기도 힘든 많은 단어들이 난무하기도 하고 “김치X, 한남충”같은 저속한 혐오 단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혐오 게시물에 대한 처벌은 그동안 너무 미약했다. 지금까지는 혐오 표현 게시물에 대해 개별적으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으로 처벌해왔다. 그나마도 인터넷 게시판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댓글과 추가 게시물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하에서는 입증 곤란의 어려움과 가해자 특정의 어려움이 맞물려 단속과 규제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피해가 심각해지자 드디어 규제 움직임이 일기 시작 했다. 반사회적 혐오사이트 규제법이 나오게 된 것이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법안은 극단적 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가 홋줄사고로 순직한 고최종근 하사를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조롱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어나자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성별, 나이, 지역, 피부색, 장애 등의 이유로 비방, 조롱, 욕설, 음란의 정보 또는 살인, 폭력 등 반사회적 범죄를 조장하는 반사회적 사이트를 최고 폐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유와 책임에 대한 담론을 배운다. 자유는 예사 개념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의미다. 자유는 무한히 누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따른다.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는 당당히 누리되 남을 존중하는 자세도 갖추어야 한다. 이제부터 사자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함부로 표현의 자유라고 무분별하게 특정지역이나 사회적 약자, 남녀를 공격하다가는 패가망신 할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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