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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과 정체성 상실, 막스 프리슈 '슈틸러'

입력 2019.06.18. 16:34 댓글 0개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나는 슈틸러가 아니다.' 스위스 극작가 막스 프리슈(1911~1991)의 소설 '슈틸러'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부정하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한 남자가 외부세계로부터 강요받는 역할과 우상을 거부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다.

소설은 크게 두 갈래다. 슈틸러의 구치소 기록, 검사의 후기로 구성됐다.

프리슈는 정체성과 우상, 개인의 자아실현 문제를 섬세한 문체로 엮었다. 우상과 정체성 상실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은 선입견에 갇힌다. 우상과 주어진 역할에 얽매여 자아를 상실한다. 자신을 틀 안에 가두고 인간 소외를 경험한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늘 주변으로부터 오해받고 곡해받는다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지나치게 중요하다. 그는 우리에게 엉뚱한 역할을 강요받는다는 고루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또 그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마저 고루하게 만든다."

"세상에 맞서서, 그 다수에 맞서서, 내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우월함에 맞서서 지치지 않기란 어렵다." 김인순 옮김, 604쪽, 1만75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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