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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포럼, 100년기업의 조건-상속, 이렇게 풀자]이성봉 교수 "현 복잡한 상속제 벗어나야…독일처럼 실리적 접근 절실"

입력 2019.06.18. 11:18 댓글 0개
"현 30% 육박 실효세율 독일의 20% 수준으로 낮춰야"
"상속세 최고 세율 현행 50%대에서 40%대로 인하해야"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100년 기업의 조건-상속, 이렇게 풀자'를 주제로 한 2019 뉴시스 포럼에서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2019.06.1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18일 "강소기업의 국가, 장수기업의 국가 독일은 상속제도가 '사업체의 유지'와 '급여 요건' 이 두 가지 핵심 요건만 지키면 사실상 최대 100%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도 지금처럼 상속제도를 복잡하게 설계·운용하는 것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뉴시스가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100년 기업의 조건-상속, 이렇게 풀자'라는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 축적 우위 확보가 핵심이며, 이러한 축적 우위는 원활한 기업승계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환기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모두 창업 1·2세대를 지나 2·3세대로 승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승계하는 데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라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산업구조 유사성으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독일과 일본이 최근 전향적으로 기업승계를 지원하는 상속증여세 개편을 시행·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 그리고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더욱더 큰 도전에 맞닥뜨렸다"며 "기업승계 상속세제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우선 우리나라 기업승계 상속세제 부담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 한국 상속세 실효세율(납부세액/과세표준)은 28.1%로 주요 경쟁국인 ▲일본 13.0% ▲독일 21.6% ▲미국 23.9%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또 2013~2017년 총상속재산대비 납부세액으로 산정한 실효세율(담세율)의 경우에도 독일이 11~13% 것과 달리 한국은 16~18%로 한국의 부담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상속의 사각지대에서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마련된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지원함으로써 고용 안정·경영 노하우 전수 차원에서 도입했지만 과도한 적용 제한 규정으로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최대 공제가능액인 500억원 공제액과 관련 독일의 경우 가업 성격이 강한 경우 사전공제 30%를 포함해 500억원 공제를 한도 내에서 쉽게 받을 수 있게 한 반면 한국은 최대주주로 10년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사업 영위 기간이 30년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러한 조건을 맞추고 동시에 사후적으로 10년 동안 정규직 근로자 수 연인원 1000%(중견기업 1200%)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기꺼이 질 기업은 많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4~2017년 기업승계공제(증여 포함)에서 한국은 매년 평균 197건, 총 3790억원으로 같은 기간 독일과 견줘 건수는 1% 금액은 0.5%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또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과잉 대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최대주주 상속 지분에 대한 최대 30%(중소기업 15%) 할증평가 과세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최대주주 상속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띤다"라고 풀이했다.

(표: 이성봉 교수 제공)

뿐만 아니라 이미 정부가 대기업집단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금지,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 공정거래법을 통해 경제력 집중 문제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편법적 승계 채널을 거의 차단한 상황"이라며 "또한 상속세 부담 완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전혀 이뤄지고 않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현 상속세제 개편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상속세 실효세율을 독일의 2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높은 상속세로 인한 고용감소, 성장둔화, 국부유출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재 30%에 육박하는 높은 상속세 실효세율을 일본(10% 초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독일(20%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상속세율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상속세 최고세율도 과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소득세율 최고 세율 수준인 40%대로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독일처럼 상속인 그룹을 피상속인과의 관계 긴밀성에 따라 구분하고 배우자 및 직계비속 등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을 과세표준에 대한 조정과 함께 우선 현행 50%에서 소득세율과 비슷한 40%대로 낮춰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3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상속세 최고세율 적용과세표준인 30억원을 대폭 인상하는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 직계비속 최고세율 30% 적용 과세표준이 2600만 유로(약 350억원)로 우리보다 10배 이상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속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 상속세 체계는 기업승계 시 상속세재원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으로 경영권 상실 우려가 크다"며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우리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상속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기업의 상속세제가 경영권 방어와 영속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 중소기업은 체화된 노하우, 기술이전 등 가업 승계 차원에서 상속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

가업상속공제도도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도록 크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처럼 건전한 기업승계를 추구하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 상황에 맞은 상속증여세 경감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업승계 제도의 유연성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촉구했다.

가령 일본 아베정권은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고용 관련 사후관리 요건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제한적 요건을 배제해 적용하는 특례조치를 지난해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고 언급했다.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도 회사와 함께 상속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기업은 경영권을 위협받는 지분 매각을 하지 않고 상속세 재원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상속세 연부연납기간을 10년 이상으로 확대하고, 회사와 상속인 그룹이 지분, 사재 및 회사의 비업무용자산 등을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상속인 사재 및 회사의 비업무용자산 처분 등 10년 상환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하는 특례조치를 제도화하는 것도 방안으로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상속제도가 감정이 아닌 일자리 창출 등 실리적인 차원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환기했다.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기업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승계를 원활히 해 주는 방안에 대해 거수로 찬반을 물어보면 거의 다 반대"라며 "또 10분여간 상속세제 완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해줘도 학생들의 의견은 변화가 없었는데 상속제도에 대한 국민정서의 전환 및 개선도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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