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대한민국 대표팀 '준우승' 광주시민 의식은 '완패'

입력 2019.06.16. 15:53 수정 2019.06.16. 15:53 댓글 15개
16일 하늘마당서 U20 거리응원
단속 미치지 않는 곳서 흡연 심각
패싸움에 술주정까지 ‘천태만상’
우승 좌절에 결국 쓰레기 투기도

“하늘마당은 시민들이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술과 담배가 점령해버린지 오래입니다. 광주의 얼굴과도 같은 곳인데, 관리실태가 이 모양이라니 어쩜 좋을까요?”

16일 새벽 찾은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부속시설인 ‘하늘마당’. 이곳에서는 4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2019 FIFA U-20 남자 월드컵 결승전 거리응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참가 시민들은 오랜만에 하나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려했지만 이는 경기 시작과 함께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심각한 흡연연기와 음주소란·쓰레기 무단투기·고성방가와 패싸움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새벽 1시에 시작을 예고했지만 하늘마당은 이른 저녁부터 발디딜 틈 없이 돗자리가 깔려 만석이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관람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도 잠시, 수차례 같은 지적이 이어졌던 하늘마당은 이날도 어김없이 음주소란과 담배연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4분만에 이강인(17·발렌시아) 선수가 선취골을 넣자 시민들이 흥에 취해 술잔을 기울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단속인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하늘마당의 뒤편으로 갈수록 상태는 심각했다. 전반 33분 우크라이나의 수프리아하 선수가 동점 골을 만들었을 때 이미 만취한 한 일행은 급기야 일어나서 욕설을 섞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일행은 경찰의 제지를 받고나서야 다시 조용해졌다.

이보다 더 뒤편으로 가자 하늘마당과 장동로터리를 잇는 계단이 나왔다. 시민들의 통로로 이용돼온 이곳은 이날 흡연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수십여명에 이르는 젊은 남녀들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운 탓에 매캐한 연기와 냄새가 계단을 메웠다. ACC 소속 경비원들이 이날 두시간 간격으로 1인 흡연 단속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경비원 A(61)씨는 “이미 이 계단은 청소년들의 우범지역으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며 “ACC내 흡연과 음주를 막고는 있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자치구나 경찰의 단속도 시원치 않아 경비원들이 모조리 도맡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곳은 날을 가리지 않고 늦은 밤이면 10대들이 돗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됐다”며 “이전에 일하던 경비원 한 분은 이곳에서 10대들의 싸움을 말리다 트라우마가 생겨 일을 관뒀다”고 토로했다.

또한 “인력도 부족한데다 경비원들을 하찮게 보는 기세에 눌린 탓에 현재로선 효과적인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며 “자치구·경찰·ACC는 수수방관하지 말고 깨끗한 하늘마당 만들기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계단 밑 화장실 앞에서는 패싸움도 목격됐다.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는 이유로 사소한 말다툼에 곧 수십여명의 젊은 남녀들이 모여들어 서로에게 욕설과 협박을 가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원확인을 위해 가해자들과 지인들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신분증이 없다”며 경찰에게 욕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소란은 경찰이 모여든 시민들을 해산시키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3대 1의 결과로 경기가 끝나자 시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하늘마당에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기도 했다. 술병과 돗자리를 버려두고 가는 일행부터 가지고 온 담요에 쓰레기를 묶어 잔디밭에 두고 떠나는 사람들까지 눈살찌푸려지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이날 거리응원에 참가한 시민 B(46)씨는 “가족과 함께 가볍게 나들이 오기 좋았던 하늘마당이 이렇게 더러워질 줄 몰랐다”며 “단속 주체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도저히 아니다. 좀 더 강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 C(38·여)씨도 “무서운 10대들과 젊은 남녀들이 점령한 탓에 이젠 하늘마당이 불편하다”며 “더이상 건전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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