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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PD 떠난지 3년, 노동 달라졌나 '가장 보통의 드라마'

입력 2019.06.16. 13: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회당 1억원 이상 받는 스타 배우와 작가, PD 뒤에는 많은 스태프들의 '피 땀 눈물'이 있다.

2016년 tvN '혼술남녀' 마지막 회가 방송된 다음 날, 조연출 이한빛 PD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팠어요. 물론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이한빛 PD 유서 중)

이 PD가 떠난지 3년,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전히 스태프들은 촬영이 없는 시간을 틈타 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한솔씨가 형의 죽음 이후에도 바뀌지 않은 세상'을 '가장 보통의 드라마'에 담았다.

업계 바깥에서 바라본 드라마 제작의 세계는 '범죄도시'에 가까웠다. 근로기준법 위반, 인격 모욕, 폭력적인 업무 지시, 갑질과 성희롱이 난무했다. 극단적으로 시급 3800원을 받으며 일하는 스태프들도 존재했다. 고수익·고효율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제작사·방송사에게 스태프의 노동은 쥐어짤 대상이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도급·턴키·프리랜서 계약 등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다양한 편법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도제 시스템과 군대식 조직문화에 물든 드라마 제작 구조 탓이 크다. 권력이 집중된 한 개인에게 전체가 의존하고, 절대복종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방송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스태프들은 "원래 이 바닥은 이렇다" 등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과로와 폭력, 퇴출과 비난의 위협으로부터 겨우 버티고 있다.

저자는 최근 드라마·영화 제작 현장의 사례를 들며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2018)는 정확한 촬영 현장 기획으로 불필요한 시간 낭비 없이 일정이 진행됐다. 밤샘 촬영과 쪽대본도 없었다. 주연인 정해인(31)과 손예진(37)은 "미니시리즈를 하면서 푹 자면서 촬영한 건 처음이다", "노동 인권이 있는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제작됐다. 봉준호(50)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 연출 당시 할리우드 스태프와 일한 경험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역배우의 안전을 위해 CG를 사용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은 엔딩크레디트에 한 줄로만 보이는 스태프들에 대한 이야기다. 카메라·미술·조명감독, 조연출, 막내작가까지 카메라 뒤에 가려진 이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다. "만드는 사람이 아프지 않은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리고 세상에 남겨진 무수히 많은 또 다른 '이한빛'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한솔 지음, 240쪽, 1만4500원, 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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