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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책임 이혼불가' 뻔한데…홍상수는 왜 소송 냈을까
입력 2019.06.15. 13:11 댓글 0개"축출이혼 우려 및 간통죄 폐지 등 고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도 예외적 인정
홍상수, 2주 이내 항소 가능…항소부 심리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배우 김민희씨와 불륜설이 불거진 홍상수(59) 영화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대법원 판례상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데도 홍 감독이 소송을 낸 이유는 뭘까.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은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 크게 두가지다. 소송 전에 조정을 거쳐 이혼하는 방법도 있다. 홍 감독 역시 조정을 시도했다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소송으로 간 경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5년 9월 대법관 7 대 6 의견으로 재판상이혼에서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유책주의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 혼인이 파탄상태인 것이 인정되면 이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파탄주의'와 대비된다.
당시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7명은 우리나라에서 유책주의를 유지해온 이유에 대해 상대 배우자의 일방적인 축출이혼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
또 파탄주의를 택한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협의이혼 제도가 없어서 재판상이혼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배경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협의이혼 제도가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 협의만 되면 법원 허가를 받아서 이혼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이혼 중 77.7%가 협의이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데도 홍 감독이 재판상이혼을 택한 이유는 예외적인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게 객관적으로 명백한 데,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혼 소송 대상이 된다.
아울러 세월이 지나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게 무의미한 경우 등도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
이 때 법원은 혼인계속의사 유무, 파탄 원인에 관한 당사자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 유무, 당사자 연령, 이혼 후 생활 보장, 기타 혼인관계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했을 때 혼인생활을 계속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인지 살핀다.
법원 관계자는 "요즘에는 유책주의, 파탄주의로만 나눠서 판단하는게 아니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5년 당시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6명은 유책주의로 인해 부부가 서로 승소하기 위해 상대방 결점 들추기에 급급하고 부부관계가 더 적대적으로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재판상이혼에서도 파탄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법관은 혼인 파탄으로 입은 정신적 고통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반영할 수 있고, 파탄주의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현행 제도 내에서 재판 실무 운영에 의해 보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김성진 판사는 14일 홍 감독이 부인 A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홍 감독은 이혼 소송에 불복해 판결문 송달 이후 2주 이내 항소할 수 있다. 항소할 경우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부가 심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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