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한국 축구 즐거운 상상 ‘차박손이’

입력 2019.06.13. 18:07 수정 2019.06.13. 18:07 댓글 0개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다. 손흥민의 대활약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안방에서 보고 즐기는 호사와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이라는 꿈같은 현실에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는 손흥민을 두고 “자긍심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서는 ‘차박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을 차례로 불러내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 가리는 것이다.

나이 먹은 세대인 필자는 아무래도 70년대 레전드 차범근에게 한 표를 주고 싶다. 흑백 TV시절 차범근의 독일 분데스 리가 활약은 “우리도 할수 있다”는 신선한 자극이었다. 외국 여행 자체가 없던 때라 독일리그의 차붐은 마치 외계의 신호음 같았다.

성실한 박지성의 플레이도 축구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때 보여준 지치지않는 플레이로 ‘산소 탱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의 빛나는 플레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세계 최고 클럽의 박수를 받았으니 한 표로는 부족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지금의 대세는 아무래도 손흥민이다. 유럽 최고 선수들이 즐비한 영국 프리미어 무대에서도 월드 클래스다. 그의 드리블 능력이 세계 최고라는데 이의를 제기한다면 ‘축구 문외한’으로 취급 받아도 싸다.

그간의 ‘차박손’을 이제 ‘차박손이’로 바꾸게 할 신성이 나타났다. 그의 볼 다루는 솜씨는 우리가 이제껏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발에 공이 붙어 다니는 느낌이다. 360도로 몸을 틀었다가 동료가 받아 차기 좋게 볼을 떨구어 주는 솜씨는 전성기의 마라도나에 버금간다. 바로 축구 천재 이강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간미도 물씬 풍긴다고 한다.

스페인이 1천억대 몸값을 제시하며 귀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이번 U-20대회는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무대다. 오는 16일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또 다시 새로 쓰는 날이다. FIFA 주관의 남자 축구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길이 예정돼 있다. 아직 “차범근이 최고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이 이번 대회 ‘골든컵’을 품는다면 이강인에게로 마음이 바뀔 것 같다. 한국 축구의 즐거운 상상이다.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