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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몰카' 3년전 경찰수사 부실했다…은폐정황도

입력 2019.06.13. 12:00 댓글 0개
2016년 수사 담당한 경찰, 기소의견 검찰 송치
'포렌식 의뢰서 조작' 정준영에 먼저 제안 혐의
윗선서 수사보고서 반려했지만 재차 요청키도
정준영 변호인도 공동 정범 혐의 검찰에 송치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과 함께 구속된 버닝썬 직원 김모(왼쪽 뒤)씨가 지난 3월29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19.03.29.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지난 2016년 가수 정준영(30)씨의 '몰카'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이 부실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관과 입을 맞춰 수사 무마를 도운 혐의를 받는 정씨의 변호사도 함께 송치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당시 서울 성동경찰서 여청수사팀장 A씨(54)를, 직무유기·증거은닉 혐의로 정씨 변호사 B씨(42)를 전날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직무유기 공동정범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벌였을 때 각자를 해당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것으로, 형법 제30조에 명시돼 있다.

다만 경찰은 올해 B씨가 정씨 범행에 활용된 휴대전화를 숨겨온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정황 미확보' 탓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버닝썬 사건'으로 B씨가 공장초기화된 정씨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그 시점이 불특정됐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2016년 8월20일 정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하지도 않고,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검찰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조사 당시 정씨 측에 "포렌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하면 될 것"이라며 은폐 제안을 먼저 했고, 거짓 수사 보고서를 작성·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사설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를 맡겼다고 진술한 정씨 측에게 일종의 후속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A씨는 포렌식 업체에 '데이터 복원불가 확인서' 작성을 손수 요구하기도 했으나 업체에서 이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정씨 포렌식의뢰서의 '1~4시간 후 휴대전화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됩니다'라는 안내문을 가리고 복사한 뒤, 원본대조필과 자신의 날인을 찍어 수사 기록에 첨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윗선에 "담당자가 휴가를 떠났다. 약 2~3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하며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 미확보' 등에 대한 이유로 A씨 상사는 A씨의 수사보고서를 반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정씨가 범행 일부 시인', '데이터 복원 내용 추후 송치', '피해자가 제출한 녹취록' 등을 근거로 들며 재차 수사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 사건이라 부담돼서 빨리 처리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고의성이나 혐의는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B씨는 경찰에 허위 변호인 확인서를 제출하고 정씨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수사 무마 제안에 응한 B씨는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 불가'라는 내용의 변호인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해당 사실을 파악한 당시 정씨 기획사 임원 등과 함께 대책회의에 참가, 통상 변호사 사무실은 압수수색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정씨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역할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혐의에 대해서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이 당시 성동서 직원과 기획사 직원·정씨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 등 재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2016년 8월6일 한 여성이 정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올해 언론 보도 등에 따라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돼 이 같은 재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성동서에서 사건을 건네받은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정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했으나 문제가 된 영상을 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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