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기생충

입력 2019.06.12. 19:02 수정 2019.06.12. 19:02 댓글 0개
김옥경의 약수터 무등일보 문화체육부 부장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속어로 “이 기생충 같은 놈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성인인 20대 후반 이상의 남자가 집에서 백수처럼 빈둥빈둥 놀 때 주로 쓰인다. “혼자 힘으로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집에서 주는 밥만 축내냐”는 힐난이 ‘기생충’이라는 단어에 함축돼 있다. 기생충은 또 남이 먹는 음식을 빼앗아 먹는 탐욕의 상징으로도 비유된다.

생물학적 관점으로 분류하면 기생충은 우리 몸에 기생하는 매우 작은 생물체다. 몸 속에 들어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의 영양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성장이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생충은 영구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있으나, 숙주 등에 붙어 최소한 기생생활을 해야 한다. 또 기생충은 핵막이 있는 진핵생물이어야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은 핵막이 없어 기생충이 될 수 없지만 벼룩과 빈대는 사람 몸에 붙어 피를 빨면서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기생충으로 분류된다.

인체에 기생하는 기생충 가운데 가장 긴 기생충은 광절열두조충이다. 이 광절열두조충은 길이가 1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몸안에 있어도 아프거나 특별한 증상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생충이 기생생활을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생명을 이어가는 자손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후 전국 1천578개봉관에 700만여명의 관중이 몰리며 또 다른 ‘1천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달성할 것인지 관심이 높아졌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특히 우리 사회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공권력과 기득권층을 상징하며 인간화된 기생충이 주제를 모르고 드러내는 모습을 상징화해 담아낸다. 또 우리 사회의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문제점을 대저택과 반지하방으로 나눠 단도직입적으로 비유한다.

빈곤의 굴레와 세습 자본주의에서 벗어날 방법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어떤가. 돈과 명예, 권력을 위해 누군가에 들러붙어 자신을 망각한 채 살고 있진 않나.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김옥경 문화체육부 부장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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