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노령사회 ‘졸혼’세태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19.06.11. 18:35 수정 2019.06.11. 18:35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21세기)

인기 탤런트 백일섭이 ‘졸혼’을 선언했다. 유명작가 이외수도 따랐다. 일본의 어느 작가가 사용하기 시작한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졸혼은 민법 등 우리 법체계가 아직 인정하지 않고 판례에도 없지만 급격한 노령화에 따른 새로운 세태로 자리잡고 있다. 백일섭·이외수처럼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 길을 걷는 사람들도 많다.

이혼은 우리 민법에 명문규정이 있고 ‘사실상 이혼상태’는 법률에 규정은 없지만 대법원 판례가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졸혼은 이혼, 사실상 이혼상태, 별거 등 가까운 친척관계에 있는 현상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졸혼은 이혼과는 명확히 구별된다. 이혼은 이혼의사의 합치 또는 법원의 판결에 기초해서 호적을 정리하는 것이므로 외형이나 내용면에서 뚜렷이 구별된다. 그렇지만 사실상 이혼상태와는 명확한 구별이 어렵다. 사실상 이혼상태는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고 장기간 별거하는 등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소멸했지만 형식적으로는 이혼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혼인생활을 파기한다는 의사가 없으면 ‘별거’나 ‘가출’은 사실상 이혼상태가 아니다. 사실상 이혼상태는 우리 민법에 규정은 없지만 판례가 이를 수용하여 위자료 청구, 중혼(重婚) 여부 판단 등에서 분쟁해결 기준이 된다.

졸혼은 사실상 이혼상태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포개지지 않는 면도 있어 양자의 구별이 쉽지 않다. 졸혼을 선언하는 부부 사이에 이혼의사가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 졸혼은 이제 막 자리잡고 있어 아직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만약 이혼의사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이혼상태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필자 의견으로는 아직 이혼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혼의사 없이 주거공간을 달리한다면 ‘별거’에 가까워진다. 주거공간을 같이 하면서 졸혼한다고 하면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직은 불투명한 것 투성이다. 이런 불투명성으로 인해 졸혼은 ‘이혼’ ‘사실상 이혼상태’와 달리 국적불명의 신세다. 아직은 생소한 단계지만 졸혼을 세태로 인정할 정도는 됐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국적이나 영주권을 얻지 못하는 상태로 그냥 놔둘 것인가도 문제다.

자칫 법적 보호없는 졸혼 상태서 배우자 아닌 사람과 교제하고 사랑을 나누면 위자료 지급 의무, 중혼(重婚) 등 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혼인, 이혼을 두고 우리 국민들의 생활양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민법이나 판례가 뒤따르기 바쁘다. 주권자인 국민은 법이 깔아 준 멍석에서만 놀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혼’ ‘사실상 이혼’도 애초에 법이 마련한 공간이 아니었지만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선택하고 좋아하니까 자리를 내 준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법정에서 졸혼을 근거로 내세우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자신의 책임 없음을 주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법원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진다.

급격히 다가오는 노령사회를 앞두고 현실적으로 졸혼을 선택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혼은 하지 않고 보다 간편한 졸혼을 선택하려는 세태를 법이 어떻게 규정할지 숨죽여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졸혼! 이제는 터놓고 말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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