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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박록진 소장 "미세먼지, 과학적 입증 위해 서울시 더 많은 투자해야"

입력 2019.06.10. 05:30 댓글 0개
박록진 서울시 미세먼지통합연구소 초대 소장 인터뷰
"캘리포니아 CARB 롤모델…발끝 정도만 돼도 좋겠다"
"내달 녹색교통진흥구역 차량운행제한…효율성 의문"
"외교 아닌 中과 공동 연구로 피해 과학적 입증 필요"
"서울연구원 미세먼지 연구인력 2명 불과…투자해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록진 서울시 미세먼지연구소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6.0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외교적으로 접근해선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투자를 안했던 과학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박록진 서울시 미세먼지 통합연구소 소장은 지난 7일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1시간 가량 이뤄진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중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교적인 접근이 아닌 과학적 증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과학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게 박 소장의 소신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인 박 소장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동시저감을 위한 선진화된 대기관리 기법 적용 필요성을 강조한 대기환경분야 전문가다. 특히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기 전부터 대도시 대기오염 발생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 적극적인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서울시는 선제적인 미세먼지 정책을 제안한 그의 전문성을 인정해 지난 5월20일 공식 출범한 미세먼지 통합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위촉했다.

서울시 미세먼지 정책을 이끌 적임자임을 인정받은 만큼 박 소장의 어깨가 무거운 게 사실이다. 미세먼지 통합연구소는 서울연구원, 서울기술연구원, 보건환경연구원 간 융합형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하기 때문에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동안 연구 교류가 없던 세 연구소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기초 작업에서부터 정책의 근거가 될 미세먼지 연구까지 사실상 모든 분야를 총괄해야 한다.

박 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런 연구소가 없었다"며 "아직은 미약하지만 서울시가 통합된 미세먼지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구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갈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답해야 한다. 환경문제는 과학적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책만 계속 남발하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세먼지 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특히 미세먼지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유의미한 미세먼지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 연구소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통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소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지원이 바탕이 돼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연구가 나와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통합연구소의 롤모델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라고 소개했다.

박 소장은 "CARB라는 60년된 조직이 있는데 CARB가 우리의 롤 모델"이라며 "미세먼지 연구소가 CARB까지는 바라지 않고 발끝 정도만이라도 되면 좋겠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꿈을 갖고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록진 서울시 미세먼지연구소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6.09. amin2@newsis.com

다음은 박록진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서울시 미세먼지 통합연구소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나.

"지금까지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서울기술연구원, 보건환경연구원이 각자 미세먼지 연구를 해왔다. 미세먼지 정책을 입안할 때 관측자료 등 다양한 과학자료를 분석해 추진해야 하는데 그동안 단절돼 있었다.

세 연구기관이 모여 어떻게 하면 시너지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연구 내용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등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서울연구원에서 정책을 만들 때, 보건환경연구원의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추진한다거나,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미세먼지 연구소에서 과학적으로 보강하는 방안 등이다.

미세먼지 연구라는 게 한 기관이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세먼지는 기상, 기후, 대기, 화학, 배출 등 다양한 분야들이 혼합돼 있는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에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이런 연구소가 없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서울시가 통합된 미세먼지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구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갈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세 기관은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나.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하고 있다. (미세먼지 통합연구소가) 최근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할지 등 연구원들끼리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미세먼지 연구소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통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소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인원도 충원해야 하고, 지원도 받고 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각 연구소에서 해왔던 일들을 침해하지 않고, 잡음없이 처리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미세먼지 통합연구소가 나아갈 방향은.

"서울시는 시민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등에서 초미세먼지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세먼지 연구소는 서울시의 이 같은 노력에 상당 부분 지원해줄 수 있는 과학적 자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개인적으로 미세먼지 연구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현상과 인위적인 요인이 결합돼 만들어진 복잡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위적 요인은 우리나라와 동아시아가 오랜기간 동안 산업화를 통해 쌓은 부산물이다. 즉 우리가 오랜시간 동안 대기를 오염시키면서 발생한 오염원과 자연적인 요소가 결합된 게 미세먼지다.

그런데 국민들은 구체적으로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 않는가. 국민들에게 미세먼지가 왜 문제인지, 어디서 발생되는 건지 등을 설명하기 위해 미세먼지 발생 원인 파악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답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세먼지 정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문제는 과학적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정책만 계속 남발하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연구소가 있나.

"CARB라는 60년된 조직이 있다. CARB가 우리의 롤 모델이다. CARB는 캘리포니아주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관련 연구를 60년 동안 진행해온 조직이다. 미세먼지 연구소가 CARB까지는 바라지 않고 발끝 정도만이라도 되면 좋겠다.

그래서 시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꿈을 갖고 발전하면 좋겠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정책을 하나 세우기 위해 거의 10년 이상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든다.

미국도 우리나라 환경부처럼 환경보호청(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있긴 하다. 그러나 EPA와 별개로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대기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조직을 만든 것이다. CARB는 EPA보다 대기환경분야 연구도 더 선행하고, 배출 규제도 훨씬 더 엄격하다."

-박원순 시장이 미세먼지 연구소에 대해 특별한 요청이 있었나.

"'미세먼지를 빨리 줄일 수 있도록 연구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연구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만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다.

현재 미세먼지 연구소장이 비상임이다. 앞으로 미세먼지 연구소가 잘 되게 옆에서 도와주고 조언해주고 디렉션 하는 게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이 지난달 초 영국 런던 출장 중 서울연구원의 미세먼지 측정 기술 수준이 아마추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

"박 시장께서 서울연구원 등의 연구 수준이 미미하다고 하신 말씀은 사실이다. 서울연구원에서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하는 인력이 2명이다. 이마저도 과학적인 연구라기 보다는 대부분 정책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제가 보기에는 서울시가 (그동안) 투자를 안해서 그런 것 같다."

-서울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에 말씀을 드리고 있다. 사실 지원은 제 역할이 아니고 서울시 공무원들의 역할이다. 물론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제 몫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의 중요한 롤은 서울시의 지원 속에서 좋은 연구자들한테 같이 미세먼지를 연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고 실제로 어떤 연구를 하는 게 좋은지 디렉션을 만들어 연구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 지원을 바탕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연구가 나와야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저감기술의 핵심은 2가지다. 하나는 미세먼지가 만들어진 후 고농도 상태일 때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이 있다. 다른 하나는 미세먼지를 만드는 재료(오염원)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세먼지가 만들어지지 않게 만드는 기술이다.

전자의 경우 공기가 갇혀 있는 지하철 등과 같은 장소에서는 효율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공개된 대기공간에서는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미세먼지 저감기술의 발전방향은) 후자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대부분이 2차적으로 생성된다. 즉 미세먼지를 만드는 재료인 기체가 나와서 초미세먼지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2차로 생성된 초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어떤 재료(기체)가 가장 초미세먼지를 많이 만드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황산염인지, 질소산화물인지 등 그 재료를 알아야 한다. 이후 어떤 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성질이) 바뀌는지를 알고 기술을 통해 선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 방향이 앞으로 중요한 우리 연구의 목표다."

-현재 시행 중인 미세먼지 정책 중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실제로 경유자동차가 굉장히 중요한 질소산화물 배출원이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를 많이 만든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경유자동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 느끼는 것과 행동에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중이다. 아마 (경유자동차가 초미세먼지 발생원인이라는 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정책을 내놓을 때, 서울시에 실제로 경유차 수가 이 정도이고, 경유차들이 이렇게 많은 질소산 화물을 배출한다, 그리고 이 정도 양의 초미세먼지를 만든다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내놓는다면 (국민들도) 수긍을 하고 노력을 해야겠구나 하고 느끼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세먼지 연구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또한 중소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안되고 있다. 중소사업장에서 얼만큼 미세먼지가 나오고 있는지 감시도 안되고 있고, 통계자료도 별로 없다. 중소사업장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큰 공장의 굴뚝에는 굴뚝원격감시체계(TMS)가 부착돼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바로 측정한다. 그러나 중소사업장들은 그나마 그것도 부족하다."

-미세먼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연구는.

"대기환경 관련해 가장 중요한 도시가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이다. 런던은 1950년대 초반 런던 스모그 때문에 수천명이 죽었다.

LA스모그는 오존으로 대변되지만 오존에서 여러가지 산화과정을 통해 미세먼지 등을 만드니 미세먼지 문제이기도 하다. LA스모그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 한 생명화학교수가 자동차로 인해 발생했다고 연구를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다시 말하면 환경정책은 과학현상을 다루는 것이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실시했던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대중교통 요금 무료 정책 등도 정량적인 자료가 있었다면 설득력이 높았을 것이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제적인 예보가 중요하다.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과학적 연구자료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서울시는 25개 자치구별로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다.

도로변까지 포함하면 약 50개의 미세먼지 측정소가 있는데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향후 연구 결과를 얻는데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어떤 물질이 미세먼지를 만드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알기 위해선 '화학성분'을 측정해야 하는데, 이를 집중측정하는 곳이 현재 광진구와 종로구 2곳 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광진구만 제대로 된 자료가 나오고 종로구는 조금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지역에서 화학성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충청남도 등까지도 화학 구성요소들을 측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집중측정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나.

"집중측정소를 설립하기에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면 '모바일 랩(Mobile lab)'을 만드는 것이다. 큰 이동차량에 화학 구성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 등을 싣고 돌아다니면서 집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이동식 집중측정소인 것이다. 이 차량 안에는 화학 성분 측정기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이산화황, 질소화합물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도 함께 탑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연구 중 부러웠던 것이 커다란 비행기를 집중측정소 개념으로 운용한 것이다.

큰 비행기 안에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들을 싣고 다니면서 전 세계를 연구하고 다닌다. 우리나라도 비행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집중측정을 할 수 있는 자동차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는 어떻게 협력해야 하나.

"미국과 캐나다의 대기질 협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캐나다에 일부 산림이 이유없이 말라죽었다.

캐나다 연구자들이 알아보니 산성비가 원인이었다. 산성비는 대기중에 있는 미세먼지가 원인인데, 미세먼지가 물에 녹으면서 산(酸)이 돼 내린 것이다.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미세먼지가 그럼 어디서 온 것인가 연구를 해보니 미 오하이오 리버밸리 지역 등에 화력발전소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거기서 나온 오염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이동해 미세먼지를 형성한 것이다. 캐나다는 이를 근거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이 연구결과를 인정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처음에 캐나다 연구결과를 부정하던 미국이 논쟁 끝에 공동연구를 하면서 10년만에 인정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 경우와 똑같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캐나다도 10년이 걸렸는데 우리와 중국이 1년만에 해결되겠는가. 절대 안된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우리도 중국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대기상황에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해외에 있는 과학자들이 인정할 정도로 연구결과들이 쌓인다면 중국도 인정할 것이다.

중국도 선진국이 되고 싶어하는 국가다. 언제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중국과 정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말로만 중국 탓을 해선 안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로 삼아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중국과 외교적으로 (접근)해선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투자를 안했던 과학적 연구에 조금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과 공동연구 등도 추진할 계획이 있나.

"중국 특히 베이징 등에 비슷한 연구를 하는 분들과 공동연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중국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예보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서 얼만큼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아는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하는 중국 연구자들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공동연구를 하는 건 중요하다. 아울러 중국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미세먼지 분야에서 선진국 특히 미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에 있는 과학자들, 기체가 미세먼지로 어떻게 바뀌는지 화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전문가 등과 업무협약(MOU)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미세먼지 통합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서울시의 지원도 필요하다."

-북한도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일 수 있다. 북한이 아직도 나무 등 과거 우리나라 1970~1980년대에 썼던 바이오 연료를 아직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들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북한을 '주된 원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불확실하다. 우리나라가 아직 북한에서 바이오 연료를 통해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나오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 위해선 직접 북한에 가서 연구도 하고, 측정도 해야 한다."

-서울시가 다음달부터 4대문 녹색교통진흥구역 내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정책을 실시한다.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방안은.

"노후경유차가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사실이다. 다만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효율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노후경유차가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에 어느정도 기여를 하는지,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을 통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얼만큼 줄 것이라는 확실한 연구결과물이 나온 상태에서 정책이 추진됐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빨리 미세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다보니 이런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정책이 지금까지 그런 과정으로 추진됐던 적은 한번도 없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당연히 무언가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정책효과를 입증할 연구결과가 나온 후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미세먼지 연구소 설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늦었지만 우선 시도는 해보는 것이 아닌가. 언론도, 국민들도 연구에 대한 관심보다는 단지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중국에서 얼마나 넘어오는지 등 이런 자극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가 얼마만큼 내고, 우리가 노력해서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다. 이런 내용은 오로지 과학자들만 관심이 있는데, 서포트가 잘 안된다. 연구를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엄청 자주 바뀌는 대기현상인데 어떤 하나의 사례만 갖고 이렇게 줄였더니 이만큼 줄더라 이런 연구결과를 내는 게 어렵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연구를 많이 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고농도 미세먼지 시기에 대비해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겨울에 미세먼지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 시기에 좀 더 원인이 되는 오염원을 줄이는 걸 정책적으로 하자는 의도로 미세먼지 시즌제가 추진되는 것인데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당연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궁금증은 든다.

말씀드렸듯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정책효과가 검증된 후 시행한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시즌제를 운영했더니 혹은 경유차 강제 2부제 등을 시행했더니 서울시 초미세먼지가 획기적으로 이만큼 줄었다는 등 연구결과를 선행적으로 제시했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이 그렇지 않다. 물론 현재 미세먼지 시즌제 효과 연구를 서울연구원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나왔다.

앞뒤가 바뀌긴 했지만 어쩔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환경정책이나 과학정책 등이 아직까지는 선진적이지 않은 것이다."

-박 시장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광촉매 실험, 도로 터널 안 플리즈마 기술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광촉매 관련된 연구결과는 아직 접해보지 못해서 코멘트 하지 않겠다."

-정부의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이 최대 3000만원까지다.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을 제시할 때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다음으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측면도 줘야 한다. 흔히 당근과 채찍이란 표현을 많이 하는데, 당근에 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후경유차를 소유하신 분들이 조금 더 친환경 자동차로 바꿀 수 있도록 이자가 낮은 자금을 대출하거나, 초기자본을 지원하는 등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당근과 같은 정책들이 필요하다."

-중국과 인공강우 공동실험 어떻게 보나.

"인공강우는 아주 중요한 기술이다. 다만 비가 1~2mm 정도 와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대기질이 개선되기 위해선 양이 많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와야 한다. 현재 인공강우 기술 수준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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