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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통제 → '로또청약' 논란···전문가 의견 분분

입력 2019.06.09. 07:00 댓글 1개
HUG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변경안 발표
주변 분양가 대비 최대 105% 이내…'로또'되나
시세차익 수분양자 수취…수요 몰려 과열될듯
건설사·조합원 이익↓…공급 줄고 부작용 발생
"기존 집값 올라 '로또청약' 아냐" 지적도 나와
집값 침체기, 100%기준도 '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래미안갤러리에 개관된 서초우성 1차 재건축 래미안 리더스원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관련 리플렛을 살펴보고 있다. 2018.10.3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고분양가 논란이 계속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통제에 나섰지만 되레 '로또청약' 논란에 휩싸였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몰려 청약시장이 과열된다는 것이다.

HUG는 지난 5일 고분양가 사업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 산정시 주변 분양가 대비 최대 10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토록 제도를 변경했다. 주택가격변동률이 하락할 경우 100%이내에서 심사하도록 해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서는 주변 분양가를 넘지 않는 선에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HUG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1년 초과 분양기준'과 '준공기준'의 경우 분양가 수준이 현행보다 다소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HUG 보증리스크와 주택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 요약

문제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가 다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로또청약'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HUG는 그간 서울 전역과 경기, 지방 일부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정해 분양가가 인근 지역에 1년전 분양한 아파트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1년전 분양한 것이 없을 경우 직전 분양가의 110%를 상한으로 정했다.

이 때문에 '로또청약' 열풍이 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이 대표적이다. 분양가는 3.3㎡당 4489만원으로 책정돼 당첨만 되면 '최소 웃돈만 5억원'이라며 많은 수요자들이 몰렸다.

개선안은 분양가 책정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셈이라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무게중심은 청약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통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은 공공분양 아파트가 아닌 민간분양 아파트에 분양가 통제를 가하면 '로또청약'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분양가 통제 시스템은 분양이 끝난 뒤 시세차익을 수분양자가 수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로또청약'이 될 확률이 높다"며 "요즘에 지어지는 주택들은 2~3년전 주택보다 성능도 좋기 때문에 수요는 더욱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새 아파트는 주변의 오래된 아파트에 비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비슷하게 분양가를 책정하면 블랙홀처럼 수요를 빨아들일 것이고 '로또청약'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분양자에게는 '로또'지만 건설사나 조합원 입장에선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고준석 교수는 "건설사들도 주변에 신규 아파트가 있는 곳만 재건축이나 개발 사업을 맡으려고 할 것이고 분양가가 낮아질 경우 조합원들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장 재건축을 진행하기 꺼려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아파트를 1년 전 분양가로 분양을 하게 되면 받는 사람은 '로또'에 당첨된 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시장을 더 과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 가격에 맞게 분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실장은 "공공택지에서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민간 시장에서 규제를 하면 '로또청약'으로 수분양자만 과도하게 이익을 수취하거나 공급이 부족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서민들과 저소득층도 지금의 일반 분양가는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차라리 공공택지서 공급을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특별자치시 4-2생활권에 들어서는 '더휴 예미지(L1·L2블록)', '어울림 파밀리에 센트럴 M1·M4블록(공공분양)', '자이 e편한세상(공공분양)'의 견본주택이 개관한 24일 청약예정자들이 자이 e편한세상의 입지조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9.05.23. ppkjm@newsis.com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로또'라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시세와 비슷하게 나오더라도 오히려 분양가가 높게 느껴질 수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기존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와있기 때문에 HUG가 주변 시세 대비 100% 이내로 통제한다고 해도 분양가 견제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다"며 "9억원 이상 집단대출도 안 되고 양도세 중과에 종부세 세율도 올라 실수요 중심의 주택 시장을 만들어놔서 일부 수요자들이 시세 차익을 본다고 해도 그렇게 무리하게 뛰어들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고분양가 심사 기준에서 크게 강화된 부분은 없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5%포인트 정도 분양가 책정 기준이 낮아진다고 공급이 줄어든다거나 '로또청약'으로 시장이 과열된다거나 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며 "지금은 주택가격 하락기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변 시세로 해도 고분양가로 느껴져 획기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지는 개선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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