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무대를 떠난 두 영웅의 이야기

입력 2019.06.06. 16:29 수정 2019.06.06. 16:29 댓글 0개
한경국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이미 무대를 떠나간 자들의 이야기다.

한때 시대를 호령한 두 영웅이 있었다. 한 영웅은 노장임에도 맹렬히 싸우는 군사였고, 또 다른 영웅은 수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두 사람의 처지는 달랐지만 닮은 점이 많았다. 명가재건이라는 명분을 위해 뭉쳤다. 또 뛰어난 실력과 함께 ‘덕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누구에게나 소탈한 점이 비슷했다. 특히 수장은 자신의 판공비를 모두 무리에게 돌려주는 넉넉함을 보였고, 노장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전투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이들이 하나로 뭉치니 무리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졌다. 또 수장이 흔들리면 군사로서 힘이 돼 주고, 군사가 위태로우면 수장으로서 감싸주는 모습에 서로 힘을 얻었다.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두 영웅이 내는 시너지 효과에 무리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적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기세는 더욱 달아올랐다. 그야말로 천하무적 그 자체였다. 어느덧 모든 싸움이 끝났고 이들 앞에는 남아 있는 적이 없었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 또다시 전장에 뛰어든 두 영웅에게 위기가 찾아 왔다. 적들이 한층 강해져 돌아온 것이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온 적들은 아군의 무리를 위협했다. 평화에 취해버린 탓일까. 아군의 힘이 부족했다. 적들과 싸워 이길만한 전력이 못됐다. 최강자라는 자존심으로 긴 시간을 버텼지만 갈수록 기운이 빠져갔다.

수장과 노장, 모두 초조해졌다. 예전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잃었다. 그 결과 수장은 노장을 믿지 못하게 됐고, 노장도 수장을 따르지 않게 됐다. 시너지 효과는 더 이상 없었다.

사실 두 영웅은 언젠가는 이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리가 커지고 오래되면 마찰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험으로 안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두 영웅은 내부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했다.

그렇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내부 문제가 이들을 따르는 자들에게도 전파되면서 사태는 커졌다. 하나였던 무리는 둘로 나눠졌다. 수장을 위한 세력과 노장을 위한 세력으로 갈렸다. 무리들은 이간질을 했다. 누군가 총대를 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패배 원인을 찾아야만 했던 것이다. 계속 된 삿대질에 침체된 불순물이 일어나면서 내분은 계속됐다.

결국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단계까지 흘러갔다. 노장은 은퇴했고 수장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두 사람의 문제에는 해답도, 승자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남아 있는 무리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가 없어 잇몸으로 버텨냈다. 더 이상 동료를 잃지 않기 위해, 더 큰 좌절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두 사람은 한 목적을 위해 싸웠던 영웅들이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면 원만히 해결 될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과몰입 하지 말자. 이미 지나갈 ‘한 때’의 일이다.  한경국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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