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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미세먼지에도 마스크 안쓰는 노숙인…"최대 피해자"
입력 2019.06.05. 10:01 댓글 0개보호시설 악취 때문에 문 못닫아 미세먼지 유입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서울시민 건강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해진 거처 없이 거리에 머무는 노숙인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노숙인지원시설인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허용구 센터장은 최근 소식지 '월간 다시서기'에 게재한 글에서 "우리 센터는 길거리에 계시는 노숙인분들의 건강과 함께 미세먼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센터장은 현장에서 미세먼지 실태를 파악했다. 그는 "특별한 가림막이 없고 자기만의 공간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미세먼지를 피할 방법은 없다. (다시서기센터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마스크를 나눠주고 이를 착용하라는 권고를 하는 것 뿐"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노숙인분들은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울역에 있는 희망지원센터 시설 내부를 둘러보면서 미세먼지가 제대로 걸러지는지 살펴봤는데 결과는 매우 미흡한 상태였다"며 "현관문은 항상 열려 있고, 또 열어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미세먼지가 몰려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실내를 돌아보면 먼지를 걸러내는 환기장치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 시설 내 설치된 공기청정기 몇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허 센터장이 지적한 노숙인 미세먼지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가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를 지급해도 노숙인들 스스로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코올중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탓에 노숙인들이 건강이나 위생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노숙인이) 마스크를 받아서 안 쓰시는 게 문제점"이라며 "몇몇 분은 (마스크를) 활용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갖고 있기만 하거나 아예 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숙인보호시설 내부가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는 이유도 따로 있다. 시설 내부를 외부 공기와 차단할 수 있는 문을 닫아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출입문을 계속 열어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역이나 영등포역 시설의 경우 일부 분들이 옷을 안 갈아입어서 악취 문제가 심하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문을 닫자는 시설종사자가 있긴 하지만 정작 악취 문제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없다"며 "(노숙인이) 술을 많이 마시면 옷에 실례를 한 상태로 시설에 들어오시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씻기는 와중에 악취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시는 노숙인 중 미세먼지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는 노숙인 중에서도 미세먼지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폐질환 병력이 있는 노숙인을 특별관리한다.
시 관계자는 "5월에 전수조사를 해서 특히 연세가 많거나 질병이 있는 분 118명 정도를 파악했다. 특별관리할 분들을 간호사가 챙겨볼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분들에게는 마스크도 더 권유하고 (매입임대주택 등) 임시주거지에 갈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aer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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