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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가공할 압박감···540억 드라마 '아스달연대기'

입력 2019.05.28. 19:26 댓글 0개
왼쪽부터 송중기, 장동건, 김지원, 김옥빈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장동건·송중기, 540억원 대작, 주 151시간 살인적 근무···.’

tvN 새 주말극 ‘아스달 연대기’의 이면이다. 총 제작비 540억원이 투입됐지만,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잡음이 일었다.

8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에서 열린 ‘아스달 연대기’ 제작발표회에서도 스태프 처우와 촬영장 노동환경 관련 질문이 어김없이 나왔다. 장동건(47)과 송중기(34) 등 연기자들의 표정이 굳었고, 진행자 박경림은(40) “사전에 입장을 밝혔다”며 “작품과 관련된 질문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 지부는 지난달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스태프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1일 25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루나이 촬영에서 최장 7일간 151시간30분의 휴일 없는 연속 근로를 했다고 한다.

김원석 PD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영웅들의 운명적인 이야기다. 회당 30억원, 총제작비는 54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성공작인 영화배우 이병헌(49)·김태리(29) 주연의 tvN ‘미스터 션사인’(430억원) 제작비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원석 PD는 “후반작업이 굉장히 많아서 인사만 하고 가야 한다”며 “기대는 좀 낮추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봐 달라. 열심히 만들었지만, 그것 만으로 칭찬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가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적어도 1·2회는 보고 어떻다고 얘기해달라”고 청했다.

김영현 작가는 “‘아스달 연대기’가 대작인 이유는 배우들 때문”이라며 “배우들은 다른 작품에서도 노력하고 열심히 했지만, 우리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연기 열정이 뿜어져 나온다. 송중기, 김지원씨는 싱그롭고 새로운 느낌이 나서 보기만 해도 즐겁고 장동건, 김옥빈씨에게서는 위엄과 강렬한 느낌이 든다. 배우들의 연기와 열정이 다른 작품보다 커서 굉장한 스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간단히 말해 인류사, 상고시대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다. 사실상 주인공 네 명이 싸우는 내용이다. 어렵지 않다. ‘뿌리깊은 나무’(2011) 집필 후 ‘사피엔스’, ‘총·균·쇠’ 등 인류학 책이 많이 나왔다. 어느 원시부족의 통과의례 관련 강의를 본 후 ‘아스달 연대기’를 기록했다. 당시 방송사에 극본을 보여주면 화들짝 놀랐는데, 7년이 지난 지금 공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김영현 작가

‘아스달 연대기’는 역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시대를 그리는만큼 시청자들이 얼마나 쉽게 받아들이느냐가가 관건이다. 지난 26일 미리 보는 스페셜 방송 ‘아스달 연대기: 세상 모든 전설의 시작’을 편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작가도 “자문하는 분에게 커리큘럼을 받아서 수험생처럼 공부했다”고 할 정도다.

박상연 작가는 “‘이런 것까지 써도 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필한다. ‘누군가가 말려주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않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배우들도 ‘가능하겠어?’가 아니라 ‘해보자’며 모여 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우리들만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다”며 웃었다.

“고대 인류사를 가상의 땅으로 가져왔다”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사랑, 희생, 권력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동건과 김옥빈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고, 송중기와 김지원은 힘이 없는 바보들이다. 이들이 거대 문명에 어떻게 맞서고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쉽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잘못된 고증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속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에서 안장은 없는데 등자가 있거나, 청동기 시대에 벽돌로 쌓은 성이 등장했다. 박 작가는 “기록이 없는 부분은 당대 다른 문명을 참조했다”면서도 “안장과 등좌는 서양보다 동양이 앞섰는데, 청동기 시대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드라마 속 에피소드로 잠깐 나온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고증에 맞추면 등장인물 대부분이 이가 7개 밖에 없어야 한다. 당시 40대는 보통 이가 14개 정도 빠져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웃겼다.

장동건, 송중기 등은 신선한 분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브루나이 등지에서 촬영, 후반 CG작업 등으로 화려한 스케일과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다. 하지만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만큼 우려의 시선도 크다. 영화는 손익분기점이 있지만, 드라마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가 나와야 ‘대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 작가는 “시청률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 그 동안 작품을 해오면서 시청률 내기를 하면 항상 맞혔다. 근데 정말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 작품과 달라 아무 예상도 못하겠다. 가장 떨리고 긴장되고 무섭다. 그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박상연 작가

‘아스달 연대기’는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으로 송출된다. 다음달 1일부터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1 예언의 아이들, 파트2 뒤집히는 하늘, 일어나는 땅이 6회씩 12회 분량으로 방송된다. 파트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은 하반기 중 전파를 탈 예정이다.

“세 파트가 명확하게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며 “파트1의 끝을 보면 왜 나눴는지 알 수 있다. 모험일 수 있지만, 앞의 내용을 이해한 다음 오픈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시즌2 제작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시즌1에 집중하고 싶다. 무사히 끝나고 나면 논의할 것이고, 만약 시즌2를 하게 되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원래 있었던 것은 없다. 그래서 나라, 왕이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봤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권력, 투쟁 등을 이야기하지만 사랑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사랑이 탄생하지 않은 시대이고,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꿈을 꿨을까’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그 동안 사극을 많이 했는데 ‘아스달 연대기’와 차이점은 시청자들이 어떤 얘기를 다룰지 선입견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2회까지만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 다음부터는 우리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서 보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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