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법률에서 보호하고 있는 태아의 권리

입력 2019.05.28. 18:22 수정 2019.05.28. 18:22 댓글 0개
류노엘 법조칼럼 변호사(법무법인 맥)

주변에서 어린아이들을 보기 어려운 시대이 저출산 시대를 살고 있다. 통계청이 2019년 2월 발표한 ‘2018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18년 태어난 아이가 32만 6900명에 그치면서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인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우리나라가 유일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런 초저출산 시대에 법률로써 보호받고 있는 태아의 권리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법률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태아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지 않고, 형법상 살인죄, 상해죄 등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태아를 살해하는 자를 처벌하는 낙태죄가 있었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형법상 자기낙태죄 및 의사낙태죄는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해 태아는 형법상 범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태아에게는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이 되며, 상속 및 유증을 받을 수 있고 인지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이 유효하기 때문에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태아가 보호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강화했다.

원칙적으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사고로 인해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상하는 인보험이다. 우연한 사고를 보상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해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위 대법원 판결의 이유다.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를 더욱 배려해주고, 지원해주는 정책들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대법원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하였으므로,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태아가 임신기간 동안 다치는 경우를 대비하고, 태아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 안심하고 아이 낳는 시대를 함께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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