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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엔트리 탈락하고 라면 먹었죠"…토크콘서트

입력 2019.05.26. 19:30 댓글 0개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축구선수 구자철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축구공감 축구가족 강연회에서 '나의 축구인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2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런던올림픽 한일전에서 주심에게 항의할 때요. 왜 다른 말없이 '와이, 와이'만 외치셨어요?"

축구팬의 익살스러운 질문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웃음이 터졌다. 구자철은 "한국말로도 너무 흥분하면 그렇게 되지 않느냐. 난 분명 공만 건드렸다. 그래서 그랬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구자철은 26일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 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전날 독일에서 귀국한 구자철은 피로도 잊은 채 팬들과의 만남을 즐겼다.

강연이 처음이라던 구자철은 A4 용지 10장 분량의 주제를 직접 준비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충주에서의 유년기와 군인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관사에서 장병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 실력이 모자라 대학의 지명을 받지 못해 우울했던 고교 3년생 시절 등 평소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팬들의 다양한 질문들을 성실히 소화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 당시에 대해서는 "3명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불행하게도 내가 한국행 비행기에 탔다"면서 "4~5년 정도 라면을 입에 안 댔었는데 무의미하더라.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라면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처음 나섰던 2014 브라질월드컵은 구자철에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이끌던 대표팀은 1무2패로 조기 탈락했다. 구자철은 "2010년 좌절을 맛보고 나간 첫 번째 월드컵이었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었는데 내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더 큰 꿈을 가지려고 했는데, 내 생각보다 무게가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비교적 이른 국가대표팀 은퇴 배경도 공개했다. 만 30세인 구자철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친구 기성용(뉴캐슬) 역시 같은 시기에 대표팀을 떠났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축구선수 구자철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축구공감 축구가족 강연회에서 '나의 축구인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19.05.26. scchoo@newsis.com

"성용이와 대표팀 은퇴 관련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구자철은 "10년 간 아시아 전역과 전세계를 다녔다. 일요일에 독일에서 경기를 하면 화요일에 한국으로 온다. 수요일에 잠깐 운동하고 목요일 혹은 금요일 경기를 소화한다. 그리고 다시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날아간다"면서 유럽리그 소속 대표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화요일 경기까지 마치고 다시 독일로 가면 금요일에 한 번 운동하고 토요일 소속팀 경기에 나선다.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시차 적응이 안 된 상태로 뛴다. 월드컵 예선이 열릴 때면 한 달에 한 번은 이렇게 해야한다. 월드컵 못 나갈 때 한국 축구가 입는 타격을 잘 알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한다"면서 "자연스레 몸이 못 따라가더라. 선수에게는 정말 슬픈 일이다. 대표팀 은퇴를 맘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고민 끝에 슬픈 결정을 하게 됐다"고 보탰다.

축구대표팀 선배로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2009년 U-20 월드컵 때 첫 경기에서 0-2로 졌다. 다음날 밤 선수들끼리 잔디에 앉아 1~2시간 미팅을 했고 아쉬웠던 것과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8강까지 갔다"면서 "긍정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구자철은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과 동기 부여,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의 극복 방법 등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여러 해결책들을 제시했다.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이란과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4위전, 분데스리가 데뷔전,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등을 꼽았다.

대한축구협회와 교보생명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행사에는 200여명의 팬들과 축구가족이 참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앞으로도 다양한 연사들이 참가하는 토크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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