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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내부 정보 유출…권력 누수, 공직 기강 해이 靑 '위기감'
입력 2019.05.24. 13:56 댓글 0개"안보 문제 민감…한미 신뢰 깨는 문제 될 수 있어"
특감반, 적자국채, 다혜씨 해외이주, 경호처장 의혹
이번엔 외교관이 기밀 유출…공직 기강 해이 심각
총선 앞두고 野·일부 언론 폭로전 심화 가능성 우려
"문제 터져도 사후 조치 외에는 특별한 방법 없어"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이 외교관을 통해 야당 의원에게 유출된 사태로 청와대는 크게 고심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정상들 간의 대화가 양국의 합의 없이 공개되는 것은 외교 관계에 있어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공직자들이 야당에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집권 중반기를 맞아 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된 것이라는 위기감도 큰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통화 내용 폭로에 대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최소한의 금도도 없이 막 나가는 것 같다. 외교·안보 관련 사안은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효상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5월 하순에 일본을 방문한 뒤에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듣고 '흥미로운 제안이다, 만약 방한을 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귀로에 잠깐 들르는 방식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양국간 합의되지 않은 통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데다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미국이 외교적 결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미국 측이 우리와 정보 공유를 꺼리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우려감은 더욱 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은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문제가 굉장히 민감하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기밀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것이 누설 된 것은 한반도에 악영향 끼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청와대나 정부의 내부 정보가 야당이나 언론에 계속 흘러나가고 있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부터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 국채 발행 관련 폭로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또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 부부의 해외 이주 사실을 폭로한 데다, 일부 언론은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이 직원에게 가사도우미 일을 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보 노출 수위가 점점 민감한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 탓도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은 암호화된 외교통신시스템을 통해 3급 기밀로 조윤제 주미대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K씨 외에도 여러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이 문서를 돌려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 색출자를 찾아낸 것은 이같은 기강 해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위기 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K씨에 대한 징계는 물론 '외교상기밀누설죄'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에 대한 고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직 사회 내부의 틈을 파고 들어 폭로전을 벌여나갈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사전에 예방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내부 문단속은 느슨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사안마다 확산되지 않게 적절하게 대응을 하는 것, 불법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과거엔 조직적으로 어떻게(정치 보복이나 권력기관 동원을) 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ahk@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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