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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 같지 않은 대행’ 박흥식, 경험과 자신감으로 ‘매직’ 만들까?

입력 2019.05.23. 09:24 댓글 0개
KIA 박흥식 감독대행.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하나의 팀으로 끈질기게 가야죠.”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잡게 된 지휘봉이었지만, 수장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준비된 지도자인 듯, 자신이 구상한 미래의 청사진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박흥식 감독대행(57)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자신의 감독대행 홈구장 데뷔전을 치렀다. 영·호남 라이벌인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10-6의 승리를 거두며 홈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박 감독대행은 김기태 전 감독의 시즌 도중 자진사퇴로 1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도 어려운 대전 원정을 2승 1패로 마치며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이전의 팀 성적을 고려하면 분명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그러나 박 감독대행은 결코 만족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베테랑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 ‘수습’에만 전념했던 이전 감독대행들의 행보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다가오는 모든 경기에서 항상 끈질기게 해야 한다”는 말에는 분명 ‘위’를 노리는 의지까지 녹아 있었다. 

박 감독대행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역시 15년 전인 2004시즌의 KIA 이야기다. 당시 KIA는 김성한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이유로 시즌 도중 경질되자 유남호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 역할을 맡겼다. 유 감독대행은 이후 26승1무18패, 승률 0.591를 기록하며 역대 대행 승률 1위로 팀의 기적 같은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이후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박 감독대행은 아직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됐지만 분명 자신의 야구 색깔을 조금씩 팀에 입혀 가고 있다. 특히 타격 부문에서는 2017년 팀의 KBO리그 팀 타율 신기록(0.302·이후 2018 두산 베어스<0.309>가 다시 경신)을 다시 썼던 기억을 되살리는 중이다. 21일 경기에서는 승부처에서 주전 김선빈 타석에 류승현 대타카드를 내고 적중시켜 ‘작두 탄’ 장면을 연출시켰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안치홍을 하위 타순으로 내리고, 그간 기회를 못 받은 유민상을 중심타선에 포진시키는 등 여러 변화를 주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박 감독대행이 지도자로서 가장 큰 ‘매직’을 일으킨 것은 ‘국민타자’ 이승엽을 거포형 타자로 키워낸 일이었다. 코치로서는 이미 더할 나위 없는 커리어를 쌓은 지도자다. 그러나 이제부터 걸어 나가는 길은 그동안의 그것과 ‘넓이’ 자체가 다르다. 풍부한 경험으로 자신감까지 갖춘 박 감독대행은 그야말로 ‘감독 매직’까지 일으킬 수 있을까.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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