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선배님, 저도 잘할게요!’ 동명이인 후배들의 연이은 활약

입력 2019.05.23. 09:23 댓글 0개
KIA 박찬호-키움 이승호-한화 김민우(왼쪽부터).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1982년에 첫선을 보인 KBO리그는 수많은 선수들이 엔트리 등록과 말소를 반복했다. 퓨처스리그(2군) 선수들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인원들이 한국야구의 현장을 함께했다.

사람이 모여 만든 현장이기에 흥미로운 ‘우연의 인연’도 적지 않게 겹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인연은 올해 유독 더 짙게 도드라지고 있다. 바로 동명이인들의 연이은 활약이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24)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가장 독보적인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자원이다. 입단 후 줄곧 백업 내야수로 활약했던 그는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21일까지 37경기에서 타율 0.341를 기록 중이고, 이전까지 단 한 개도 없었던 홈런도 올해는 벌써 두 개나 때렸다. 수비에서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코칭스태프의 무한 신뢰를 받는 중이다. 그야말로 박찬호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이름에서 단번에 알 수 있듯이 ‘박찬호’ 세 글자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코리안특급’ 박찬호(46)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배의 아성에 가려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KIA 박찬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해보는 게 소원이다. 그런데 내 이름을 검색하면 항상 박찬호 선배님이 먼저 나와 있더라”라며 웃었다. 그러나 박찬호의 이런 소원은 자신의 활약 덕분에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에 ‘박찬호’를 검색하면 KIA 박찬호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키움 히어로즈에서는 선발투수 이승호(20)가 과거 SK 와이번스 선발과 불펜의 핵심이었던 좌완 이승호(38)의 명맥을 잇는다. 이승호는 올해 칼날 같은 제구력을 앞세워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차세대 좌완 선발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 투수다. 공교롭게도 선배 이승호와 마찬가지로 좌완투수라는 공통점까지 가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김민우(24) 역시 동명이인 선배가 있다. 바로 KIA에서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살고 있는 김민우 수비코치(40)다. 둘은 프로 현역으로 뛴 시기가 겹쳐 맞대결 인연도 있다. 한화 김민우가 루키였던 2015년, 김민우 현 코치가 KIA에서 현역으로 뛸 때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처럼 KBO리그 동명이인의 인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연이 먼 ‘미래’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제3의’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선배들은 명성을 쌓고, 후배들은 그 아성을 뛰어넘으려 하는 시도. KBO리그의 앞날을 위해 기분 좋은 동기부여일 수밖에 없다.

광주|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